채해병 특검이 ‘VIP 격노설’ 정황을 뒷받침하는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의 진술을 확보하면서 수사 돌파구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검은 ‘임성근 구명로비 의혹’ 핵심 관계자들을 잇따라 압수수색하며 수사 속도를 올리고 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은 지난 12일 오후 9시쯤부터 약 3시간 동안 ‘멋쟁해병’ 카카오톡 단체대화방 참여자였던 대통령 경호처 출신 송호종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특검 수사관들은 송씨의 휴대전화와 컴퓨터, 메모장, 송씨 자녀의 결혼식 축의금 명부 등을 확보했다. 압수수색 영장에 송씨는 참고인으로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송씨는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로비 의혹의 배후로 의심받는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와 함께 멋쟁해병 단체대화방에 속했던 인물이다. 해당 의혹은 이 전 대표가 2023년 8월 9일 “내가 VIP에게 얘기할 테니까 사표 내지 말라”며 임 전 사단장의 사퇴를 만류했다는 녹취가 공개되면서 불거졌다. 이 전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건희 여사의 계좌 관리인으로 알려졌다.
송씨는 임 전 사단장과 이명박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근무연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송씨가 임 전 사단장과 이 전 대표를 거쳐 김 여사로 향하는 통로 역할을 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특검은 지난 10일 이 전 대표의 자택과 차량, 휴대전화 등을 압수수색했다. 특검이 송씨 자녀의 축의금 명부를 확보한 것은 이들 간 친분 관계를 살피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특검은 김 전 차장의 진술을 확보하며 윤 전 대통령 격노설의 실체에도 한걸음 다가섰다. 이는 윤 전 대통령이 2023년 7월 31일 국가안보실 회의에서 채해병 순직 사건 초동수사 보고를 받은 뒤 크게 화를 내며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이런 일로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느냐”고 수사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다.
김 전 차장은 지난 11일 특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불려 나와 “윤 전 대통령이 수사 결과를 보고 받고 크게 화를 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김 전 차장은 지난해 7월 국회 등에서 “(윤 전 대통령이) 격노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특검은 회의 참석자인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당시 안보실 2차장), 임기훈 국방대 총장(당시 국방비서관) 등도 곧 소환할 방침이다. 특검은 이날 외교부 당국자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이 전 국방부 장관의 지난해 호주대사 임명·출국·귀국·사임 과정의 위법성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구자창 이서현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