립스틱 대신 ‘K아이웨어’가 뜬다… ‘포스트 스마트폰’으로 부상

입력 2025-07-14 00:52
헌터(HUNTER) 아이웨어 이미지. CJ온스타일 제공

K아이웨어가 백화점 1층 ‘명품존’을 넘어 글로벌 무대까지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시력 교정 도구였던 안경이 자외선 차단, 스포츠 기능, 디자인까지 갖춘 라이프스타일 아이템으로 확장하면서 러닝족·휴가족까지 사로잡았다.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와의 다양한 협업으로 스마트안경 개발이 본격화하며, 안경은 패션을 넘어 미래 기술 산업의 주인공으로 부상하고 있다.

13일 CJ온스타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선글라스 주문액은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했다. 러닝과 야외활동 증가로 자외선 차단 및 기능성이 강조된 스포츠형 선글라스는 무려 153%나 급증했다. 지난해 W컨셉의 아이웨어(안경·선글라스) 매출은 전년 대비 115% 뛰었고, 주문객 수도 4배 이상 증가했다.


수요 급증에 유통업계는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국내 대표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는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 영등포구 더현대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명동점 등 서울의 주요 백화점 1층에 대형 매장을 잇따라 오픈했다. 신세계는 신생 브랜드 ‘리끌로우’ 팝업스토어를 대전·광주 등에 운영 중이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지난해 아이웨어 매출은 전년 대비 40% 증가했다.

외국인 대상 아이웨어 매출은 70% 급증했다.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의 아이웨어 매출 역시 각각 16%, 13.6% 성장했다. 의류 등 전통 패션 카테고리 매출이 정체된 가운데 이 같은 성장세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프라다·구찌 등 해외 명품이 장악하던 국내 아이웨어 시장은 2014년 젠틀몬스터의 등장으로 판도가 바뀌었다. 한류 붐을 일으킨 ‘별에서 온 그대’에서 배우 전지현이 착용하며 주목받은 젠틀몬스터는 합리적인 가격과 감각적인 디자인, 차별화된 쇼룸 전략으로 빠르게 대중의 선택을 받았다. 이후 손흥민, 제니 등이 선택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관심을 모았다.

패션분야에서 아이웨어의 가능성이 확인되자 블루엘리펀트·카린·리에티 등 다양한 국내 브랜드들이 속속 등장했다. 시장 전체가 급성장하게 됐다. 국내서 입지를 다진 브랜드들은 해외로 뻗어가고 있다. 3D 스캐닝, 인공지능(AI) 스타일 추천, 가상 시착 기술 등을 앞세운 ‘브리즘’은 지난해 미국 맨해튼에 첫 매장을 열었다. 블루엘리펀트는 올해 일본에 첫 현지 매장을 개설할 예정이다. 젠틀몬스터는 파리, 밀라노에 이어 유럽 3호점 오픈을 준비 중이다.

안경은 ‘포스트 스마트폰’ 기기로도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가 K아이웨어에 손을 내미는 이유다. 구글은 지난달 젠틀몬스터 운영사 아이아이컴바인드에 약 1억 달러(약 1380억원)를 투자해 지분 4%를 확보했다. 구글은 삼성전자, 젠틀몬스터와 함께 AI 기반 차세대 스마트안경을 공동 개발 중이다. 젠틀몬스터는 연내 신제품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경기 불황기일수록 작고 확실한 만족을 주는 ‘립스틱 효과’가 안경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젠틀몬스터가 K팝 스타들의 애장템으로 주목받으면서 한국 안경 브랜드를 찾는 젊은 세대나 외국인 수요가 급증했다”며 “안경이 이제는 시즌별로 바꿔 쓰는 패션 아이템이자 테크 디바이스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