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러브버그? 1마리당 알 500개씩 낳아… 내년이 더 문제

입력 2025-07-14 02:04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가 창궐한 지난달 30일 인천시 계양구 계양산 정상에서 시에서 설치한 끈끈이에 죽은 러브버그들이 잔뜩 붙어 있다. 인천=최현규 기자

여름철 불청객으로 떠오른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가 최근 급격히 사라지고 있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러브버그 개체 수가 늘어나고 활동 지역이 확대된 만큼 내년을 대비해 철저한 방역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러브버그가 이례적으로 많이 발생한 지역으로 인천시 계양구가 꼽힌다. 13일 계양구보건소에 따르면 지난달 러브버그 방제 요청 민원은 473건으로, 전년(62건) 대비 7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그러다가 지난 1~11일에는 관련 민원이 31건으로 뚝 떨어졌다. 보건소 관계자는 “지난달 말부터 러브버그 민원은 감소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계양구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홍모(32)씨는 “지난달에는 러브버그들이 차 앞유리에까지 달라붙어 운전하기도 어려울 지경이었는데, 최근에는 길거리에 사체만 보인다”고 말했다.

러브버그 성충은 주로 6~7월에 등장해 일주일가량 활동한 뒤 사라지지만 문제는 내년이다. 러브버그의 성충이 이미 수많은 알을 낳고 죽었기 때문이다.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러브버그 암컷 한 마리가 낳는 알은 300~500개다. 러브버그 생애주기는 일반적인 곤충처럼 알, 유충(애벌레), 번데기, 성충으로 이어진다. 이 중 유충 상태로 약 1년간 산다.

김민중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병해충연구과 박사는 “러브버그는 지금 눈에 안 보여도 항상 땅속에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올해 어떤 요인이 러브버그 생존율을 높였는지 연구해봐야겠지만, 내년에도 러브버그가 대발생할 가능성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동건 삼육대 환경생태연구소장은 “러브버그는 녹지 축을 따라 퍼져나가는 경향을 보인다”며 “2022년 서울 은평구, 올해 인천 계양구에 이어 내년에는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온라인에서는 참새나 사마귀 등이 러브버그를 잡아먹는 것을 봤다는 목격담이 나왔지만, 전문가들은 러브버그의 주요 천적은 아직 없다고 본다. 김 박사는 “러브버그만 집요하게 찾아 먹는 특수한 천적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참새 등이 러브버그 개체 수 조절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방제 작업에도 한계가 있다. 러브버그가 주로 서식하는 자연산림에 살충제를 뿌리면 오히려 생태계를 교란시킬 위험이 있다.

전문가들은 러브버그 천적을 찾아 사육·번식시키는 천적 개발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과거 중국 꽃매미도 수년간 확산세를 보이다 천적인 기생벌이 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조절이 됐다”며 “연구와 실험을 통해 러브버그의 천적 생물을 개발하는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조민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