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1100만 당원 시대다. 한 달에 1000원을 일정 기간 내면 당대표와 원내대표, 대통령 선거 후보 선출 투표권이 주어지는 권리(책임)당원은 민주주의의 꽃이면서도 팬덤 정치의 주축이다. 정치세력 하나 없던 이재명 대통령을 키워냈지만 문재인정부가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이란 오판을 하도록 이끌었던 주인공이기도 하다. 거스를 수 없는 당원주권 강화 흐름 속에 여의도에선 “정치 엘리트주의가 사라지는 바람직한 현상”이라는 긍정론과 “20만~30만 강경 당원에 지도부가 휘둘리는 세상”이라는 회의론이 맞선다.
1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간한 ‘2023년도 정당의 활동 개황 및 회계 보고’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당원 수는 512만9314명으로 국민의힘(444만9281명)보다 68만33명 많다. 정의당 등 다른 정당을 합하면 한국 정당 당원 수는 1120만1374명으로, 18세 이상 국민 4명 중 1명은 특정 정당의 당원이다.
민주당은 6개월, 국민의힘은 3개월 동안 월 1000원씩 내면 권리(책임)당원 지위를 부여한다. 2023년 현재 민주당 권리당원은 150만4222명으로 당원 10명 중 3명이 권리당원이다. 국민의힘 권리당원 수는 91만8000명, 전체 당원의 20.6%를 차지하고 있다.
민주당 권리당원 입김이 세진 건 10년 전 온라인 가입을 허용한 게 분수령이 됐다. 이어 굵직한 정치 이벤트가 잇달아 열리면서 숫자가 급증했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계기로 치러진 19대 대선 전후 20만명대에서 80만명대로 늘며 본격적인 당원주권 시대를 열었다. 이때 문재인 전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 ‘문빠’가 탄생했다. 일부 강성 권리당원이 세력화한 뒤 극단적인 피아 구분으로 사이버불링을 서슴지 않기 시작한 것도 이즈음이다.
20대 대선을 앞두고선 민주당 권리당원 비중은 당시 기준 최고치(26.7%)를 찍었다. 국민의힘도 책임당원 수가 47.3% 늘었다. 보혁 양편에서 ‘개혁의 딸(개딸)’과 ‘태극기’로 조직화해 이 대통령과 윤석열 전 대통령을 향해 결집하면서 팬덤 정치가 극대화한 시기다.
권리당원은 월 1000원의 당비만으로 당원주권주의를 이룬 주역으로 우뚝 섰지만 한편에선 권력만 좇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민주당 친문계 재선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이 윤 검찰총장 임명 당시 청와대에서는 다른 사람을 더 많이 추천했지만 당심은 윤석열이었다”며 “문 전 대통령은 ‘결국 정치는 정치인이 끌고 가야 하는데 여론을 따르다 보니 문제가 생겼다’고 반성하곤 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당원주권 강화는 시대적 흐름이다. 정청래·박찬대 의원이 뛰어든 민주당 8·2전당대회도 당심이 주인공이 됐다. 박혁 민주연구원 연구위원은 “팬덤화나 강경파 목소리가 도드라지는 현상은 민주주의에서 필연적”이라며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민주주의를 확장해 부작용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혜원 성윤수 기자 ki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