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 쉽지 않은 외환죄 수사

입력 2025-07-14 00:34 수정 2025-07-14 00:34

“평양으로 몰래 들어가 김일성 동상 위를 찍고 기지로 돌아오는 작전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배포 있는 군 지휘관이라면 최첨단 스텔스기를 활용해 다양한 대북 작전이나 훈련 시나리오를 짜볼 수 있지 않겠냐는 말이다. 과거 군사 전문가에게 들은 얘기인데 이미 비밀리에 실행된 작전인지는 모르겠다. 한국군이 지난해 10월 무인기를 평양에 보내는 방식으로 북한을 자극해 대남 공격을 유도하려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으니 말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수사를 맡은 특검은 무인기 의혹, 이른바 외환 혐의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내란과 외환 혐의 두 가지가 특검의 주요 수사 대상이다. 무인기를 날려 북한의 격노 버튼을 누르려 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우선 북한의 분노 수준이 높았던 것은 사실이다. 북한은 당시 한국군에서 운용하는 드론과 같은 기종의 무인기 잔해를 평양 형제산 구역에서 발견했다면서 무인기 사진을 공개했다. 백령도에서 이륙했다는 등 이례적으로 비행경로까지 공개했다. 한국군 당국은 일방적 주장이라고 받아쳤지만 남측 무인기인지에 대해선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약이 바짝 오른 북한은 ‘말폭탄’을 투하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더러운 서울의 들개 무리들이 어떻게 게거품을 물고 짖어대는지 딱 한 번은 보고 싶다”면서 무인기 도발을 되갚겠다는 듯한 발언도 했다.

외환유치죄는 ‘외국과 통모해 대한민국에 대해 전단을 열게 하거나 외국인과 통모해 대한민국에 항적한 자’에게 적용된다. 한마디로 외국과 내통해 전쟁을 공모한 범죄다. 북한과 짜고 무인기를 날린 뒤 이에 대응한 공격을 연출하려 한 사실을 입증하면 외환유치죄로 처벌할 수 있다. 문제는 혐의 규명이 어렵다는 점이다. 당시 얼어붙었던 남북 관계에 비춰 짜고 치는 공격이 이뤄졌을 개연성도 떨어진다. 특검이 북한 인민무력부 사무실을 압수수색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끝내 외환유치 혐의가 법리적으로 들어맞지 않는다면 적국에 군사적 이익을 준 사람을 처벌하는 일반이적 혐의 등 적용을 검토할 수는 있다. 여당에서는 지휘관이 정당한 사유 없이 외국에 대해 전투를 개시한 경우 적용할 수 있는 군형법상 불법 전투 개시 혐의로 처벌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특검으로선 방대한 수사 범위도 부담이다. 수사 대상은 비상계엄 당시 국회 표결을 방해한 혐의, 정치인과 법조인 등의 체포·감금을 시도한 혐의, 계엄 사태 수사를 방해한 혐의 등 11건이다. 외환 혐의 입증에만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윤석열 전 대통령은 구속 기간 20일 내내 구치소에서 버티거나 조사에 응하더라도 진술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11월까지 수사 기간 150일을 다 쓴다고 하더라도 북한과의 통모 증거를 확보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군 일각에서는 결국 독이 되는 수사라는 주장도 내놓는다. 수사 과정에서 보안 사항이 노출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적에게 이로울지 모르는 수사를 굳이 먼지 터는 식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있다. 물론 군사 작전을 낱낱이 공개하는 식의 수사가 이뤄져선 안 되지만, 특검 수사의 필요성을 부인할 수는 없다. 군통수권자가 국익을 고려해 신중하게 다뤄야 할 대북 작전을 독단적으로 실행한 게 사실이라면 반드시 무거운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적법한 군통수권의 실행을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불법 계엄을 정당화하려고 북한의 공격을 끌어내려 한 행위는 국민을 배반한 중대 범죄에 해당한다. 외환 혐의를 밝히는 수사는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하더라도 끝까지 진행하기 바란다.

김경택 사회부 차장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