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위약금 면제’ 결정… 이번엔 대리점 반발에 골머리

입력 2025-07-13 18:25
SK텔레콤 사이버 침해 사고 위약금 면제 기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13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휴대전화 판매점에 이동통신 3사 로고가 붙어 있다. 뉴시스

SK텔레콤이 대규모 사이버 침해 사고 이후 고심 끝에 통신사 변경 고객의 위약금을 면제하기로 결정했지만, 되레 대리점 점주들의 불만이 커지는 모양새다. 위약금 면제 상담에 따른 대리점 영업 현장의 혼란, 가입자 순감 피해 등을 호소하며 국회에 줄지어 민원을 넣고 있다. 사이버 침해 사고의 후폭풍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으면서 14일 열리는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점주들에 대한 보상안도 주요 쟁점 중 하나로 부상할 전망이다.

13일 정보통신(IT) 업계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실에는 SK텔레콤 대리점 점주들의 민원이 잇따라 접수됐다. 이들은 SK텔레콤 본사가 위약금 면제 정책에 따른 고객 대응 매뉴얼과 가이드라인을 제대로 제공하지 않아 현장에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본사가 사이버 침해 사고로 인한 신규 가입자 순감을 상쇄할 수 있는 신규 가입자 유치 전략을 세워 점주들의 손해가 지속되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는 내용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 측은 위약금 면제 결정 발표와 동시에 점주들에게 시스템상으로 모든 대응 매뉴얼과 구체적인 내용을 공지했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국회에 관련 민원이 들어왔다는 사실을 본사가 이미 인지하고 있으며, 점주들과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소통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리점 점주들의 불만이 커진 주된 배경은 SK텔레콤이 해킹 사고에 대해 적극적으로 피해 수습 및 보상 계획을 밝혔음에도 가입자 감소 추세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SK텔레콤은 이번 사고로 대리점 신규 영업 정지가 적용됐던 50일간의 예상 판매량을 추산해 1건당 마진 15만원으로 계산한 보상안을 이달 말 대리점에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달 24일 영업 재개 이후에도 사이버 침해 사고 이전 수준으로 신규 가입자가 늘지 않아 점주들의 손해가 누적되는 실정이다.

SK텔레콤이 위약금 면제를 발표한 직후인 지난 5일부터 10일까지 SK텔레콤을 이탈한 고객은 7만5214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SK텔레콤으로 유입된 가입자 수는 4만6648명으로, 엿새 동안 가입자 순감 규모는 2만8566명에 이른다.

특히 위약금 면제 여부가 불확실해 번호 이동을 망설이던 가입자들이 대거 통신사를 바꾸는 기류가 조성되면서 점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위약금 면제 대상은 지난 4월 18일 기준 SK텔레콤을 이용하고 있다가 같은 달 19일부터 이달 14일 사이 통신사를 변경한 가입자다. 이 때문에 가입자 순감은 위약금 면제 종료일인 14일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KT와 LG유플러스가 위약금 면제 기간을 틈타 이탈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서 단기간에 SK텔레콤 신규 가입자가 크게 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