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굿즈

입력 2025-07-14 00:40

특정 인물이나 작품을 배경으로 한 파생 상품을 ‘굿즈’(goods·グッズ)라고 부른다. 영어로는 포괄적으로 상품·제품을 가리키는 단어인데 일본에서 캐릭터 상품이란 뜻으로 바뀌어 사용됐다. 영어를 본래 의미와 다르게 일본인들이 변형해서 쓰는 ‘재플리시’(Japanese+English) 단어인 셈이다. 국립국어원은 순화어로 ‘팬상품’을 제시했으나 잘 쓰이지 않고 우리나라에서도 굿즈라는 말이 주로 사용된다.

한동안 굿즈는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캐릭터를 활용한 게 주류였고 이후 아이돌 팬덤이 부상하면서 아이돌 관련 상품이 각광받고 있다. 최근에는 스포츠와 전통문화 등으로도 영역이 확장됐다. 지난해 1000만 관중 시대를 연 한국프로야구는 굿즈 판매도 크게 늘었는데 우승팀 기아타이거즈는 전년 대비 매출이 340% 증가했고 준우승팀 삼성도 300% 정도 상승했다. 특정 팀이나 지난해에 국한된 흐름은 아니다. 지난해 7위에 그쳤던 롯데(195% 증가)나 8위였던 한화(189% 증가)도 마찬가지였고, 놀유니버스의 올해 5월 기준 프로야구 굿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7% 더 늘었다. 요즘은 국립박물관 상품 브랜드인 ‘뮷즈’(뮤지엄+굿즈)가 뜨겁다. 지난해 국립박물관의 뮷즈 매출액은 전년 대비 42% 증가했고 지난달 공개된 넷플릭스 콘텐츠 ‘K팝 데몬 헌터스’가 인기를 끌면서 ‘까치 호랑이 배지’와 ‘흑립 갓끈 볼펜’ 상품은 완판됐다고 한다.

많은 이들이 굿즈를 코묻은 돈 버는 상품 정도로 여기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하이브가 2021년부터 2024년 상반기까지 아이돌 굿즈 판매로만 1조2000억원을 벌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같은 기간 하이브 총매출의 약 2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굿즈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기업의 성장을 좌지우지하는 시대다. 여러 분야의 K브랜드가 각광받는 지금이 우리에게 기회일지도 모른다. 다양한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K굿즈가 대한민국의 가능성을 한층 더 넓혀주는 열쇠가 될 수도 있다.

정승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