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왕복 비행에 최소 500일 소요
건조물·통조림으로 버티기 어려워
다양한 채소 재배·배양육 실험 한창
성공 땐 지구 식량 문제도 기여할 것
건조물·통조림으로 버티기 어려워
다양한 채소 재배·배양육 실험 한창
성공 땐 지구 식량 문제도 기여할 것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유인탐사 계획의 최우선 프로그램은 아르테미스 미션이다. 2027년쯤 우주비행사를 달에 보내는 것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아르테미스 계획에는 우리나라도 참여하고 있는데, 2030년대에 달 주위를 도는 우주정거장과 달 표면에 기지를 건설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나사는 그동안 이렇게 달 기지를 먼저 구축한 뒤 이를 바탕으로 중기 계획으로 화성 유인 탐사를 하겠다고 밝혀 왔다.
미국 정부 차원에서의 화성 유인 탐사가 중장기 계획으로 진행되는 가운데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가 화성 이주 계획을 발표했다. 자신이 만드는 스타십 로켓을 활용해 사람들을 화성으로 이주시키고, 그곳에 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로켓 발사부터 화성에 도시를 건설하는 모든 과정에 대한 계획을 밝혔다. 물론 아직 실현되지 않은 기술이 포함돼 있고 수많은 난관을 넘어서야 실현될 수 있는 계획이다. 하지만 종합적인 화성 이주 계획을 민간에서 발표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나사보다 먼저 화성에 정착하겠다는 머스크의 꿈과 도전이 실현될지 두고 볼 일이다.
나사가 화성 유인 탐사를 더 빨리 진행하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 복합적일 것이다. 그런데 유인 탐사를 실행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건은 우주비행사들의 생명을 확실하게 유지한다고 보장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일 것이다. 현재 로켓 기술로는 화성까지 가는 데 6~9개월 걸린다. 1개월 정도 머물고 지구로 돌아온다면 최소 500일이 넘을 것이다. 실제로는 이보다 더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이 긴 시간 동안 우주비행사들의 생명을 온전하게 유지할 수 있는 기술과 환경이 확보되고 확인돼야만 나사에서는 화성으로 우주비행사들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기술이 확보돼야 한다. 그중에서도 식량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주비행이 예정된 기간보다 충분히 긴 시간 동안 먹을 식량을 우주선에 실으면 될 것이다. 오랜 시간 보존할 수 있는 진공포장 식품이나 건조물 그리고 통조림 종류를 확보하고 승선시키는 것은 문제가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오랜 우주비행 동안 이런 음식만 먹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신선한 채소와 고기를 자급해 공급할 수 있다면 긴 우주여행에서 우주비행사들의 건강과 식생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국제우주정거장은 신선한 우주 식량을 재배하는 실험을 해볼 좋은 실험실이다. 실제로 이곳에서 채소를 재배하는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당장 국제우주정거장에 거주하는 우주비행사들에게 신선한 채소를 공급할 수 있어 좋고 장기적으로는 화성 유인탐사 미션에 투입된 우주비행사들을 위해서도 중요한 실험이다. 채소를 재배하면 이를 통해 신선한 식량 공급뿐 아니라 산소도 확보할 수 있다. 여러모로 중요한 실험이다.
국제우주정거장에는 ‘베지’라는 이름의 식물재배 장치가 설치돼 있다. 베지 시스템은 태양빛이 아닌 적색, 청색, 녹색 엘이디(LED) 빛을 이용해 식물을 재배하는 장치다. 흙을 사용하지 않는 수경 재배 방식을 사용하는데 물은 재활용된다. 이런 방식의 식물 재배는 지구에서도 널리 활용되고 있는데, 그 환경을 무중력 상태인 우주 공간으로 옮긴 것이다. 베지를 통해 적상추가 먼저 재배됐다.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재배된 적상추는 검수 과정을 거쳐 그곳에 거주하는 우주비행사들이 먹을 수 있게 됐다. 2015년 8월 15일은 우주에서 재배된 채소를 처음으로 먹게 된 우주 식량 공급의 기념비적인 날이다. 상추 외에도 무 재배에 성공해 국제우주정거장의 식단을 더욱 신선하게 만들었다. 무 재배 성공은 뿌리식물 재배 가능성에 좋은 신호를 보내고 있다. 다른 채소인 파, 토마토, 고추 등의 실험 재배가 이어질 예정이다.
다양한 채소를 재배하는 데 성공한다면 유인 탐사를 하는 우주비행사들의 식단을 더욱 풍성하게 할 것이다. 나아가 달 표면 기지나 화성에 건설될 미래의 도시에서 실현될 우주농업의 가능성을 한껏 높여줄 것이다. 이런 우주농업의 실험은 단지 유인 탐사를 위한 실험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인공 빛과 물을 활용한 농법이 널리 퍼지는 가운데 우주 공간에서 확보된 기술이 접목되면서 우주 여행에 앞서서 지구에서 먼저 그 기술이 빛을 발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채소는 앞서 이야기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유인 탐사를 하는 우주비행사들에게 공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신선한 고기를 공급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주선에 가축을 싣고 가면 어떨까. 문제가 많을 것이다. 가축을 위한 공간이 필요하고 이들에게 먹일 식량 문제가 발생한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모양새가 된다. 그래서 나온 아이디어가 배양육이다. 예를 들면 소의 세포를 채취해 국제우주정거장에 보내 그곳의 무중력 상태에서 배양한 후 3D 프린터로 프린트해 배양육을 만들면 된다.
원리는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로 이 과정을 실현하기는 쉽지 않다. 2019년에 이스라엘의 한 기업이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배양육을 생산하는 실험에 성공했다고 보고한 바 있다. 배양육 생산은 아직 실험실의 결과지만 미래의 유인 탐사뿐 아니라 지구에서의 식량 문제 해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국제우주정거장에서의 채소와 배양육 실험이 성공적으로 정착한다면 유인 탐사 계획에 큰 동력을 제공할 것이다.
이명현 과학콘텐츠그룹 갈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