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해병 순직 사건과 관련한 수사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특검팀이 11일 핵심 피의자인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섰다. 특검팀은 조태용 전 국정원장,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 등 윤석열정부 인사들에 대한 강제수사도 진행하면서 이른바 ‘VIP 격노설’을 규명할 방침이다. 윤 전 대통령은 내란 특검팀의 구속 후 첫 조사에 불응했다.
채해병 특검팀은 이날 윤 전 대통령의 사저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에 대해 압수수색해 윤 전 대통령이 사용하던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특검팀이 지난 7일 VIP 격노설 수사를 본격화하겠다고 선언한 지 나흘 만이다. 이번 압수수색은 윤 전 대통령 변호인의 참여하에 집행됐다. 윤 전 대통령은 내란 특검이 청구한 구속영장으로 지난 10일 새벽 구속돼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용돼 있다. 정 특검보는 “변호인이 참여하면 당사자 없이도 압수수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이다. VIP 격노설은 윤 전 대통령이 지난 2023년 7월 31일 대통령실 회의에서 해병대 수사단의 채해병 사건과 관련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피의자로 지목한 초동 조사 결과에 대해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며 격노했다는 내용이다. 특검 수사 대상은 이 회의 이후 경찰 이첩을 보류하고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를 바꾸게 했다는 지시가 내려갔다는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날 VIP 격노설과 관련해 임 의원, 조 전 원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해 조 전 원장의 휴대전화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원장과 임 의원은 2023년 7월 채해병 순직 사건이 발생했던 당시 국가안보실에 재직했던 인사들이다. 특검팀은 이날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김 전 차장은 당시 대통령실 회의에 참석했던 인사로 알려졌다.
지난 10일 재구속된 윤 전 대통령은 내란 특검의 첫 소환 조사를 응하지 않았다. 내란 특검은 윤 전 대통령에게 11일 오후 2시 서울고검에 있는 특검 사무실로 출석하라고 통지했지만, 윤 전 대통령은 ‘건강상 이유’로 응할 수 없다는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박지영 특검보는 “출정 조사를 받을 수 없는 건강상 문제가 입소 시 건강검진과 수용자 관리 과정에서 발견됐는지 서울구치소에 확인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며 “이후 그에 상응하는 다음 단계의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검팀은 공문을 검토한 후 이번 주말쯤 조사 일정을 정해 재차 출석 요구를 통보한다는 방침이다. 윤 전 대통령이 거듭 조사에 불응할 경우 강제구인 가능성도 열어뒀다. 박 특검보는 “불출석이 합당하다고 판단된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형사소송법의 절차에 따라 진행한다”며 “구속에는 구금과 구인이 포함되고, 그런 관점에서 다음 단계를 검토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박재현 윤준식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