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트럼프 vs 룰라

입력 2025-07-12 00:40

“뭐, 경제성장률을 좀 갉아먹긴 하겠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일 50% 관세를 때린 브라질의 고위 관료는 입장을 묻는 워싱턴포스트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엄청나 보이는 수치에 시큰둥한 그의 반응은 룰라 브라질 대통령의 거친 대응으로 이어졌다. 트럼프의 관세 서한에 조목조목 반박하며 50% 보복 관세를 예고했다. 북·남미 최대 규모의 경제를 이끌면서 정치 스펙트럼의 좌우 극단에 서 있는 두 지도자가 한판 세게 붙은 것이다.

미국 언론은 트럼프가 싸움의 상대를 잘못 골랐다는 뉘앙스를 기사에 담고 있다. 브라질의 지난해 대미 수출액 55조원은 총생산(GDP)의 1.7%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미국이 10조원 흑자를 봤다.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중국 인도 등) 무역액이 미국·유럽과의 무역보다 훨씬 많아진 지 오래됐고, 특히 중국이 최대 교역국으로 자리매김했다. 50%는 트럼프가 각국에 보낸 관세 서한에서 가장 큰 수치였지만, 브라질이 감당할 수 있는 숫자라고 한다.

이렇게 싸울 준비가 돼 있는 브라질에 트럼프는 피할 수 없고 오히려 반가워할 싸움을 걸었다. 쿠데타 혐의로 재판 중인 극우파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처벌하지 말라며 명백한 내정간섭을 관세의 패키지로 내밀었다. 보우소나루는 지난 대선에서 맞붙었던 룰라의 정적이자 반정부 진영의 핵심 인물이다. 그런 이를 대놓고 두둔한 트럼프의 관세 카드는 룰라에게 타협할 수 없고, 맞서 싸워야 하며, 싸울수록 정치적 이득을 얻는 상황을 조성했다.

이 싸움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관전 포인트는 커피 오렌지 소고기 가격일 것이다. 미국인이 소비하는 커피의 3분의 1, 오렌지주스의 절반 이상, 소고기의 20%는 브라질에서 수입해왔다. 여기에 매기는 50% 관세를 양국 수출입업자가 감당키란 불가능하다. 벌써 국제 시세가 출렁이고 있다. 미국의 식탁 물가 상승을 트럼프가 버틸 수 있을지, 판로를 잃은 제품이 다른 시장을 찾을 텐데 우리 커피 값에는 어떤 영향을 줄지…, 아무튼 두 사람의 대결이 볼만할 듯하다.

태원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