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지율 10%대 국힘, ‘어물쩍 혁신’ 안 된다

입력 2025-07-12 01:30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왼쪽)가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점식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갤럽이 11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지난주보다 3% 포인트 더 떨어진 19%로 나타났다. 갤럽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20% 아래로 떨어진 것은 4년 8개월 만이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43%로 격차가 24% 포인트다. 10일 나온 엠브레인퍼블릭 등 4개사 공동 조사도 민주당 지지율 45%, 국민의힘 19%로 역시 10%대에 그쳤다. 4개사 조사 지지도가 20% 밑으로 나온 것은 2020년 9월 미래통합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당명을 바꾼 이후 처음이다.

양당 체제가 공고한 정치 지형에서 지지율이 10%대로 추락한 것은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대항할 만한 자질을 가졌는지 의심하는 국민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국민의힘은 심지어 대구·경북(민주당 34%·국민의힘 27%), 부산·울산·경남(민주당 36%·국민의힘 27%)에서도 민주당에 뒤졌다. 전통 지지층마저 국민의힘을 탐탁지 않게 여긴다는 뜻이다.

이런 결과는 국민의힘이 대선 패배 이후에도 제대로 혁신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탓이다. 게다가 최근 뒤늦게 ‘안철수 혁신위원회’가 꾸려졌지만 당 지도부와 인적 쇄신을 둘러싼 갈등 때문에 안 위원장이 사퇴하고 ‘윤희숙 혁신위원회’를 꾸리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그제 윤 위원장 혁신위가 계엄·탄핵 관련 대국민 사죄문을 당헌·당규에 수록하고, 공직·당직자 당원소환제도, 상향식 비례대표 공천제 도입 등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이 정도로는 혁신을 했다고 하기에 한참 못 미친다.

지금 국민의힘의 가장 큰 문제는 계엄과 탄핵 사태에 책임 있는 친윤석열계가 여전히 주류로 힘을 과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혁신위는 계엄 사태를 사과한다지만 정작 윤석열 전 대통령을 옹호했던 인사들은 그럴 의지가 거의 없다. 차기 지도부를 뽑는 8월 전당대회, 내년 지방선거 등에서도 반탄 세력들이 배제돼야 할 텐데 실제 그럴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런 문제들이 해소되지 않는 혁신안은 제대로 된 혁신이라고 할 수 없다. 당헌·당규에 사죄문을 넣고 안 넣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구성원들이 진짜로 반성하고 사죄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고, 그에 따른 인적 쇄신과 주류 세력 교체가 이뤄져야 혁신의 발판을 만들 수 있다. 국민의힘은 전통 지지층마저 계속 등을 돌리고 있는 현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여 잘못된 과거와 과감하게 단절하지 못한다면 당이 언젠가는 존폐의 문제에 직면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