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망 얼마 남았나” “도로 어디서 끊겼나”… 이 대통령, 첫 NSC 주재하며 상세히 캐물어

입력 2025-07-10 23:57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첫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단절된 남북관계 복원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평화·공존이 가장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선택지”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첫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단절된 남북관계 복원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전 정권을 거치며 끊어진 핫라인과 도로 및 송전망 등 남북 연결 채널 현황과 단절 경위 등을 상세히 물으며 복구 가능성 등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10일 대통령실에서 열린 취임 후 첫 NSC 전체회의에서 “단절된 남북관계 복원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남북 간 평화 공존이 우리 안보를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선택지”라고 말했다고 강유정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또 “국가 안보는 언제나 사후 대응보다 사전 예방이 중요하다”며 “요동치는 국제질서의 변화는 물론 국내 정치 상황과 한반도 특수성을 반영한 북한 변수까지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 2시간 10분 동안 이어진 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핫라인·도로·송전망 등 남북 간 소통 채널이 왜 단절됐는지, 현재 상태는 어떠한지 등을 외교·안보 당국자들에게 구체적으로 캐물었다고 한다.

한 NSC 참석자는 통화에서 “이 대통령이 송전망은 얼마나 남아있나, 북한은 왜 단절한 건가, 도로는 어디까지 연결돼있고 어디까지 끊어진 것이냐 등을 묻고 답을 들었다”며 “남북 연결망의 역사와 현황에 대해 총체적인 파악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도 “남북 간에 끊어진 여러 연결망과 대화망이 어떤 방식으로 복구할 수 있는가에 대한 얘기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이 이날 남북 연결망 현황 파악에 나선 건 단절된 소통 채널 복원 스텝을 밟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대북 확성기 방송 중지를 지시하고, 납북자가족모임의 대북 전단 살포 중단을 끌어내는 등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왔다. 북한도 이에 화답해 대남방송을 멈춘 상태다. 대통령실은 해상에서 표류하다 구조된 북한 주민 6명이 최근 북송된 점도 일종의 관계 개선 시그널이라고 보고 있다. 이 대통령 대북 공약엔 ‘9·19 군사합의 복원’과 ‘남북군사공동위원회 구성’도 포함돼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우리 대북 기조는 ‘무조건 덮어놓고 대화하자’가 아니라 ‘언제나 전쟁보다 평화가 낫고, 대화를 통해 안 싸우고 이득을 얻자’는 것”이라며 “평화를 통해 국민의 불편함을 덜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선 한·미 통상 협상 등 현안에 대한 논의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 대변인은 “외교·안보와 관련 국익이 가장 최우선으로 되는 방향 안에서 다양한 논의들이 이뤄졌다”고 답했다. 한 참석자는 한·미 통상 협상 관련 패키지딜 논의와 맞물려 나오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에 대해 “이 대통령이 전작권의 역사와 그동안 한·미 동맹 발전 과정에서 어떤 방식으로 변화해왔는지를 구체적으로 질문했다”며 “전작권을 ‘스터디’한 차원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