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총재의 경고… “가계부채, 소비·성장 막는 임계수준”

입력 2025-07-11 02:33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오르는 속도가 작년 8월보다 빠르다. 주택시장의 과열 심리를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0일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오르는 속도가 작년 8월보다 빠른 것 같다”며 “해피엔딩이 금방 올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집값에 따라 들썩이는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선 “소비와 성장을 제약하는 임계 수준에 와 있다”고 평가했다.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부동산 과열 우려 등을 감안해 기준금리를 연 2.5%로 동결됐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회의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이 들썩였던 지난해 8월과 비교할 때 “지금이 걱정이 더 심하다”고 밝혔다. 이어 가계 부채가 임계 수준에 와 있어 부동산 불안이 수도권에서 확산하면 사회적으로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도권의 (높은) 집값이 (전국으로) 번져나가기 시작하면 정치적인 문제뿐 아니라 젊은 층이 절망하는 등 많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6·27 대책과 관련해서는 “이번 정부 들어 인식을 같이해서 과감한 정책을 발표한 것에 대해서 저는 굉장히 높게 평가하고 올바른 정책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금융 당국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이례적 발언도 했다. 그는 “가계부채가 20년 넘게 한 번도 줄지 않은 것은 거시건전성 정책이 강하게 집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 “한은이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과 거시건전성 정책을 함께 논의하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 발언은 한은 총재와 금융위원장, 금감원장, 기획재정부 장관의 ‘F(Finance)4 회의’를 상설화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해석된다. F4 회의가 정기적으로 열릴 때는 통화정책과 거시건전성 정책의 연계가 비교적 수월했지만 새 정부 출범 후 F4 회의는 두 달 넘게 열리지 않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선 이후 집값이 급등하고 6·27 대책이 나오는 일련의 과정에서 금융위, 금감원과 머리를 맞댈 공식 조직이 없어 답답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비은행권 금융사를 들여다볼 권한도 달라고 요구했다. 실제로 레고랜드 사태 때도, 지난해 부동산 PF 사태 때도 중심에는 비은행권 금융사가 있다. 이들이 사고를 터뜨렸을 때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등을 통해 사태를 수습하는 것은 한은의 역할인데 지금은 비은행권 금융사 검사 권한이 없어 ‘깜깜이 지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금통위는 부동산 시장 과열에 대한 우려 등으로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 총재는 “한국 경제는 당분간 낮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수도권 집값 오름세와 가계부채 증가세가 크게 확대돼 기준금리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가계대출이 8개월 만에 가장 많이(6조5000억원) 불어나고 서울 아파트 매매가가 6년9개월 만에 최대 폭(전주 대비 0.43%) 오르는 등 활활 타오르는 부동산 시장을 조기에 진화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준금리를 오랜 기간 묶어두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내수 회복세가 미약하고 미국의 관세 위협도 남아 있다. 금통위는 의결문에서 “성장의 하방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 기준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기준금리가 오는 8월을 포함해 하반기 중 1~2회 내려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진욱 이의재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