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경제의 안보화’가 새 글로벌 질서로 자리잡은 상황에서 이재명정부가 외교·안보·경제 분야에서 원칙과 유연성을 동시에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와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주최한 ‘2025 한반도 DMZ 국제평화심포지엄’에는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 김흥종 고려대 국제대학원 특임교수, 왕선택 서강대 대우교수 등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패널로 참석해 ‘트럼프 2기 글로벌 대격변 시대… 대한민국 새 정부의 위기 속 기회 전략’을 두고 토론했다. 사회는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가 맡았다.
양 총장은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선언한 상황에서 원칙과 방향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강조하더라도 우리는 큰 원칙과 방향을 가져야 한다”며 “대외적으로 남북 관계가 경직되더라도 내부적으로는 통일을 지향하는 원칙과 방향성이 유지돼야 한다. 이재명정부가 일희일비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신냉전 구도 속 북·중·러 관계를 두고는 중국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분석했다. 양 총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식되면 자연스럽게 북·러 관계가 느슨해지고 그 시기를 틈타 북한이 반드시 북·중 관계 복원에 나설 것”이라며 “실용외교와 균형외교 관점에서 러시아가 중요하지만 향후 중국의 역할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경제와 안보가 연계되는 ‘경제의 안보화’ 상황 속에서 한반도 안보의 불안정성을 해소하기 위해선 각별히 전략적인 시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2022년 러·우 전쟁에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한 것을 예시로 들었다. 김 교수는 “당시 푸틴이 한국의 무기 지원 사실을 언급하며 ‘우리 관계가 악화될 것’이라고 얘기한 적 있다”며 “경제와 안보가 연결되기 때문에 한반도 특수상황을 다른 지역과 연계하는 상황이 지속한다.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안보의 불안정성을 동시에 관리하는 글로벌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왕 교수는 현시점에서 미국의 패권이 약화하고 있다며 새 정부에서 국가전략을 혁신해 외교안보 환경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왕 교수는 “미국 중심의 단극 질서가 유지되지만 패권 역량이 부족해 흔들리고 새로운 대체 패권은 등장하지 않고 있다”며 “한국은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격상했지만 전략은 개발도상국 수준이다. 혁신적 지도자가 등장해 혁신된 국가전략에 따라 외교안보 환경을 긍정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한미군 문제를 두고 발생하는 중국과의 긴장 관계를 두고 왕 교수는 “전략적 모호성을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주한미군의 중요성은 재래식 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작아지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며 “국제정세 특성상 가능성이 적은 것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윤수 한웅희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