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첫 한미일 외교장관회의 말레이시아서 조율 중

입력 2025-07-10 19:01
박윤주 외교부 1차관. 사진공동취재단

이재명정부 출범 첫 한·미·일 외교장관회의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계기로 개최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한·미는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방미 나흘 만에 고위급 접촉을 재개하는 셈이다.

10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대신과 한·미·일 외교장관회의를 갖기 위한 일정을 최종 조율 중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어 한국은 박 1차관이 ARF에 대참했다. 미·일도 박 1차관의 참여를 양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일 3국 외교장관들이 한자리에서 만나는 건 이재명정부 들어 처음이다. 탄핵 정국이던 지난 4월 4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계기로 열린 이후 3개월여 만이다.

회의가 성사될 경우 3국은 미국의 상호관세를 비롯한 통상 문제와 방위비 증액 등 산적한 현안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한국과 일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최후통첩’이 담긴 관세 서한을 받았다. 한·일 양국은 주둔 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도 공통으로 안고 있다. 박 1차관은 북핵 문제 대응 등 3국 공동 협력 사안뿐 아니라 대미 관세 협상 관련 우리 측 입장도 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루비오 장관이 이번 만남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지도 관심사다. 루비오 장관은 ARF 참석 전 한국과 일본을 차례로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미국 내부 사정으로 지난 3일 취소했다. 한·미·일 3국이 2023년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 이후 이어진 삼각 협력의 중요성을 이어간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11일(현지시간)에는 3국 외교수석을 비롯해 중국, 러시아, 인도, 호주 등 26개국 외교 수장들이 참석하는 ARF 외교장관회의가 열린다. 동티모르는 옵서버로 참여한다.

북한은 ARF 가입(2000년) 후 25년 만에 처음 불참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ARF는 북한이 유일하게 참여 중인 역내 안보 협력체였다. 하지만 말레이시아는 김정남 피살, 문철명 송환 사건 등으로 2021년 북한과 단교해 현재 북한 대사관이 없다. 단교 상황인 만큼 의장국인 말레이시아가 아예 초청장을 보내지 않았을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북한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2019년 이후에도 최선희 외무상 대신 ARF 개최국에 주재하는 대사나 인근 국가 대사를 보내는 식으로 격을 조정하기는 했지만 행사에 불참한 적은 없었다.

쿠알라룸푸르=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