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점골 지소연 ‘20년째 해결사’… 여자축구 세대교체 쉽지 않네

입력 2025-07-11 01:51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의 지소연(왼쪽)이 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중국과의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여자부 경기에서 동점골을 터뜨리고 있다. 한국은 후반 추가시간에 나온 지소연의 극장골에 힘입어 무승부를 기록했다. 연합뉴스

한국 여자축구의 ‘리빙 레전드’ 지소연(시애틀 레인)이 국가대표 20년차에도 여전히 에이스 역할을 이어갔다. 동아시안컵 첫 경기에서 극장골을 터뜨리며 세대교체에 나선 팀을 패배 위기에서 구했다.

신상우 감독이 이끄는 여자대표팀은 지난 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1차전에서 중국과 2대 2 무승부를 거뒀다. 1-2로 패색이 짙던 후반 추가시간 4분 지소연의 발끝에서 극적인 동점골이 터져나왔다. 지소연은 망설임 없는 중거리 슈팅으로 골대 오른쪽 구석을 정확히 갈랐다.

지소연의 A매치 167번째 경기에서 나온 73번째 골이다. 2006년 태극마크를 처음 단 지소연은 한국 남녀 선수를 통틀어 최다 경기 출장에 최다 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이날도 중국 선수들의 거친 플레이를 이겨내고 팀에 승점을 안겨주는 베테랑의 면모를 보여줬다.

대표팀은 지난해 10월 지휘봉을 잡은 신 감독 체제에서 세대교체를 꾀하고 있다. 내년 호주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앞두고 이번 대회 엔트리의 절반 이상을 김민지(22·서울시청), 전유경(21·몰데), 현슬기(24·경주 한수원) 등 2000년대생 젊은 선수들로 채웠다.

지소연(34)을 비롯해 이금민(31·버밍엄시티), 김혜리(35·우한 징다), 장슬기(31·경주 한수원) 등 베테랑 선수 대부분이 30대에 접어들었다. 2010년대 ‘황금세대’의 수식어를 이어받을 선수가 나와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날도 지소연과 함께 해결사로 나선 건 A매치 106경기를 뛴 장슬기였다. 베테랑들이 실점 이후 만회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려놓기를 반복했다.

지소연은 경기가 끝난 뒤 “벌써 화석”이라며 머쓱하게 웃어 보였다. 이어 “아직 몸 상태는 괜찮지만 내년에는 어떨지 모른다. 그래서 어린 후배들을 볼 때 많은 얘기를 해주고 있다”며 “솔직히 어린 선수들의 기량이 더 올라와야 한다. 베테랑 선수들이 부상으로 낙마한 상황에서 젊은 선수들이 들어왔지만 아직 실력 차이가 크게 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이날 중국전에 대비해 하프 스페이스 공략에 집중했다. 위협적인 장면을 여러 차례 만들었지만 조급한 마음에 잦은 오프사이드를 범하고 골 결정력에서 밀리는 모습이었다. 신 감독은 “승점 3점을 충분히 딸 수 있는 경기였다”며 “실점한 다음 득점하는 경우가 많다. 강팀이 되기 위해선 선제골을 넣어야 한다고 선수들에게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