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만원에 차 한 달만 빌립니다”… 불붙는 차량 구독 서비스

입력 2025-07-11 02:04
KGM 제공

차량 구독 서비스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와 기아만 서비스를 제공해왔는데 최근 KG모빌리티(KGM)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20·30세대가 주요 공략층이다.

10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KGM은 이달 초 차량 구독 서비스 ‘KGM모빌링’을 출시했다. 월 89만원에 토레스 하이브리드, 81만원이면 토레스 가솔린, 88만원으로 액티언 가솔린을 이용할 수 있다. 선납금, 보증금, 해지 위약금 없이 보험료까지 포함된 월 구독료만 내면 된다. 액티언 하이브리드, 픽업트럭 무쏘 EV 등으로 라인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초반 반응이 뜨겁다. 지난 1일 론칭 후 일주일 만에 5000여명이 홈페이지를 방문했고 30여건의 계약이 이뤄졌다.

일 단위나 주 단위의 단기 구독도 가능하다. ‘현대 제네시스 셀렉션’을 통해 22개 차종을 월간 또는 일간으로 구독할 수 있다. 가장 저렴한 차종은 캐스퍼(월 49만원), 가장 비싼 차종은 제네시스 G90(월 309만원)이다. 기아는 ‘기아 플렉스’로 K시리즈, EV6, EV9, 카니발 등 14종을 운영 중이다. 2~3일 단기 대여가 가능한 ‘데일리 구독’, 중고차 기반의 ‘라이트 구독’ 서비스도 제공한다. 레이 EV가 월 62만원으로 가장 저렴하고, EV9이 169만원으로 가장 비싸다.

구독 서비스를 활용하면 합리적인 가격에 차를 짧게 빌려 타며 다양한 브랜드를 경험해 볼 수 있다. 차 구매를 꺼리는 20·30세대의 소비 흐름에 주목해 이 같은 서비스가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심리적 진입장벽을 낮춰 브랜드에 대한 좋은 경험이 쌓이면 젊은 층의 차량 구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는 것도 서비스 확대의 이유다.

문제는 수익성 확보다. 구독자는 새 차 수준의 품질을 기대하지만, 본인 소유가 아니므로 차량을 험하게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 입장에서는 서비스에 대한 유지비가 적잖이 든다. 일부 업체는 구독시장에서 철수하기도 했다. 르노코리아는 2021년 차량 구독 서비스 ‘모빌라이즈’를 선보였다가 1년 만에 접었다. 업계 관계자는 “구독은 고객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한 수단이다. 단기 수익보다는 미래를 내다보고 서비스하는 데 초점이 있다”고 말했다.

차량 구독 모델은 하드웨어 중심을 넘어 ‘소프트웨어 기능 구독’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업계는 이를 ‘FoD’(Features on Demand·주문형 기능)라고 부른다.

현대차는 지난 1월 출시한 디 올 뉴 팰리세이드에 ‘블루링크 스토어’를 적용해 웰컴 라이트, 디스플레이 테마, 스트리밍 기능 등을 유료로 제공한다. 월 3800원을 내면 다양한 라이팅 패턴을, 7700원을 내면 고음질 음원 서비스를 추가로 이용할 수 있는 식이다.

소프트웨어 구독은 새로운 수익 모델로 주목받으나 소비자 반발을 부르기도 했다. BMW는 열선 시트, 스티어링 휠 열선 등을 월 요금을 받고 판매했다가 비판에 직면해 철회했다. 유럽에서 후륜 조향 기능을 유료 구독으로 제공하는 메르세데스 벤츠도 논란 끝에 한국 시장에선 도입을 보류했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