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북한 핵무기 둔 채 평화 찾는 건 비현실”

입력 2025-07-10 18:53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가 10일 국민일보와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 의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주최한 ‘2025 한반도 DMZ 국제평화심포지엄’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최현규 기자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는 “북한은 더 이상 핵 잠재보유국이 아니라 9번째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야 할 상황”이라며 “이걸 어떻게 다뤄야 할지가 이재명정부의 큰 과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북대화 없이 바로 북·미 대화가 이뤄지는 ‘코리아패싱’에 대해서도 정부가 유연한 자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문 교수는 10일 국민일보와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 의장) 주최로 국회도서관에서 진행된 ‘2025 한반도 DMZ 국제평화심포지엄’ 기조연설에서 “북한은 핵시설, 핵물질, 핵탄두를 가졌고 핵실험도 했으며 모든 종류의 미사일을 다 가지고 있다. 핵무기를 소형화, 다종화했고 최근엔 전술핵 무기를 8개 만들어 전방배치했다고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북한 핵무기를 둔 채로 계속 평화를 찾는 게 현실적이지 않을 수 있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두 개의 민족, 적대적 두 국가론을 얘기하고 소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남북 관계가 한반도 평화구상 구체화의 가장 큰 문제”라고 진단했다.

문 교수는 “전쟁이 일어나면 전면전이 불가피하다. 북에서 비대칭 전략을 사용하면 대응 과정에서 한반도는 엄청난 재앙에 빠지게 된다”며 “북핵 문제도 실사구시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재명정부는 상당히 현실적으로 갈 것”이라며 “코리아패싱 신경 쓰지 않고, 남북대화 안 되면 북·미 먼저 대화하되 협의만 해 달라는 자세로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반도 외부적으로도 ‘트럼프 2.0’ 시대가 부른 세계질서의 파괴로 인해 엄혹한 현실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문 교수는 “한 질서가 죽어가고 새로운 질서가 탄생하는 전환기에 지금 완전히 블랙아웃 상태”라며 “새로운 세계가 탄생하려고 몸부림치는 사이에서 괴물들에 의한 세계질서의 파괴를 목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20세기 초반 파시즘의 부상과 전쟁 비극을 우려했던 사회학자 안토니오 그람시를 인용한 것으로,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의 이란 공격, 관세전쟁 등이 과거 상황과 유사하다는 의미다.

문 교수는 “영토와 주권을 보장하던 유엔 체제가 완전히 무력화되고 있다”며 “과거에는 공산주의와 민주주의가 대립했지만 지금은 자유진영 내에서도 미국의 마가(MAGA·미국 우선주의) 같은 우파이념이 싹트면서 이념 지형이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2.0 시대는 세계질서와 한·미동맹에 상당히 높은 수준의 불확실성을 준다. 이 상황에서 살아야 하는 게 매우 어려운 과제”라고 강조했다.

박준상 성윤수 한웅희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