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브라질 정부를 향해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이 부당하다며 50%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폭탄을 앞세워 다른 나라의 내정에 노골적으로 개입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에게 보낸 관세 서한에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재판과 관련해 “이 재판은 열려선 안 된다. 마녀사냥은 즉시 끝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편지 서두에서부터 “나는 보우소나루를 알고 교류해 왔으며 다른 많은 세계 지도자들처럼 그를 크게 존중했다”면서 “브라질이 보우소나루를 대우한 방식은 국제적인 수치”라고 적었다. 이어 “브라질이 자유선거와 미국인의 기본적 표현의 자유를 교묘히 공격한 것 때문에 8월 1일부터 우리는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브라질산 제품에 5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50% 관세는 트럼프가 이번 주 세계 각국 정상에게 보낸 관세 서한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트럼프는 50% 관세가 “현 정권의 심각한 불의를 바로잡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브라질 대법원은 극우세력의 혐오 발언을 근절하겠다며 소셜미디어를 일부 차단했는데 트럼프는 이를 ‘불법적인 검열’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는 서한에서 미국의 무역적자를 바로잡기 위해 관세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실제로 미국은 브라질에 무역흑자를 내고 있다.
룰라 대통령은 즉각 반발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한 나라의 대통령이 소셜미디어에서 타인을 위협하는 것은 매우 잘못됐고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그는 세상이 변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황제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엑스에서 “일방적인 관세 인상은 브라질의 경제 호혜주의 법을 고려해 처리될 것”이라며 보복 조치를 시사했다.
‘남미의 트럼프’로 불리는 보우소나루는 2022년 대선에서 룰라에게 패한 뒤 군부 쿠데타를 통해 권력을 유지하려 한 혐의로 기소됐다. 브라질 검찰은 그가 룰라 암살을 모의하고 입법·행정·사법 권력을 장악할 비상기구를 계획했다고 밝혔다. 브라질 대법원이 올해 말 보우소나루에 대한 선고를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유죄 판결로 징역형을 받을 공산이 크다. 보우소나루는 2030년까지 공직 출마도 금지돼 있다.
트럼프는 지난 7일에도 트루스소셜에 보우소나루를 지지하는 장문의 글을 올려 “이것은 다름 아닌 정치적 상대에 대한 공격이다. 나도 이런 일을 잘 안다. 보우소나루를 내버려 둬라”고 적었다.
트럼프는 9일 브라질 외에도 필리핀 등 7개국에 관세 서한을 보냈다. 필리핀에는 20%, 브루나이와 몰도바에 각각 25%, 알제리·이라크·리비아·스리랑카에 각각 30%의 상호관세율을 매겼다. 트럼프는 또 “구리에 대한 50% 관세가 8월 1일부터 발효된다”고 밝혔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