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해외 업체들과 손잡고 조선소 용접 로봇 기술 개발과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혹서기 등 작업 환경이 나쁠 때 좁은 도크에서 용접 작업을 하는 작업자의 고충을 덜고 조선업계의 만성적인 생산 인력 구인난에도 돌파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화로보틱스는 최근 네덜란드 대표 조선소인 로열IHC와 ‘협동로봇 기반 용접 자동화 기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10일 밝혔다. 양측은 용접 자동화 기술 공동 개발, 기술 및 인력 교류, 정보·자료 공유 등 다방면의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로열IHC는 연 매출 약 7000억원 규모로 준설선, 해군 정비지원선, 케이블 부설선 등 특수목적 선박을 주로 건조하는 조선소다. 최근 들어 자동화 기술을 도입해 공정 혁신을 추진해왔으며 지난달 독일에서 열린 로봇 자동화 전시회 ‘오토매티카 2025’에서 한화로보틱스 제품 시연을 본 뒤 기술협력을 결정했다고 한다.
로열IHC가 주목한 건 한화로보틱스의 초경량·초소형 용접로봇 HCR-5W이다. 이 로봇은 무게가 10㎏ 중반대로 가볍고 협소한 선박 내에서도 유연하게 작동할 수 있고 오차범위 0.02㎜ 수준의 고정밀 제어 성능도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한화로보틱스는 용접 자동화 기술이 상용화되는 대로 국내 조선소에서도 용접 로봇 공급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HD현대삼호는 최근 독일 가정용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업체 노이라로보틱스와 손잡고 조선산업용 용접 자동화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착수했다. 노이라로보틱스는 지난해 가전박람회에서 옷을 다리는 가정용 휴머노이드 로봇을 선보인 바 있다. 이번에는 HD현대삼호와 공동으로 조선 산업용 휴머노이드 기술 개발에 나선다. HD현대삼호는 지난달 전남 영암 조선소 내에 ‘AI(인공지능)로봇 현장실증 교육센터’를 준공하며 스마트 조선소 구축을 가속하는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용접 로봇 상용화는 조선소 작업자의 안전 문제나 조선업계의 만성적 인력난 등 조선 업계가 처한 구조적 문제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