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격하하는 내용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어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AI 대전환을 통한 글로벌 강국으로의 도약을 주창해왔던 것을 감안하면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대목이다. AI 교과서 도입은 미래인재 양성과 국가경쟁력이 달린 사안이다. 먼 미래까지 내다보는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
전 정부가 추진했던 AI 교과서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은 명확했다. 야당일 때 같은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따라 국회 재표결을 거쳐 폐기되자 이 법안 통과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AI 대전환이 이재명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 되면서 다소 어정쩡해졌다. 이 대통령 공약에는 생애주기별 맞춤형 AI 교육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내용도 있는데 여당이 AI 교과서를 앞장서 폐기하는 모양새가 됐다. 하정우 대통령실 AI 미래기획수석도 기업 재직 때부터 AI 교과서에 우호적인 입장으로 여당과는 결이 다르다. 하 수석은 취임한 뒤 대통령실 내부 논의에서도 AI 교과서 추진을 주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수석과 여당의 입장이 다를 정도로 AI 교과서 도입에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그런 만큼 단번에 결론을 내리지 말고 시간을 두고 숙고할 필요가 있다. AI 교과서가 교육자료가 되면 학교장 재량에 따라 도입 여부가 결정돼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 AI 교육의 필요성을 인정한다면 모든 학교에서 쓸 수 있게 교과서로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AI 오남용에 대한 우려도 많은 만큼 AI 활용의 윤리적 문제나 올바른 사용법에 대한 교육을 공교육이 맡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서둘러 통과시키기보다는 AI 교과서의 미흡한 부분을 보완해 학교 현장에서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더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