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경신중·고는 일 년에 한 차례 ‘기독적 인격 수련회’를 연다. 전교생을 대상으로 하는 이 수련회는 비기독교인 학생도 복음을 부담 없이 받아들이도록 다양한 행사와 함께 준비된다. 올해는 래커나 스프레이 등을 이용해 공공장소에 그림을 그리는 그라피티가 동원됐다. 그라피티를 통해 경신학원을 설립한 호러스 G 언더우드 선교사 표현하기, 프리스타일 랩을 접목한 콘서트 등이 펼쳐졌다. 채플도 학생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친구사랑채플 나라사랑채플 등 다양한 주제로 열고 있다.
정선제 경신고 교목은 “다음세대가 관심 있고 좋아하는 문화 속에 복음을 잘 녹여내는 게 모든 기독교 학교의 과제”라며 “쉬운 사역은 아니지만 학교에서 만나면 ‘샬롬’ 하고 인사하는 학생들, 교목실이 보물창고라며 간식 먹으러 찾아오는 학생들을 보며 교목으로서의 소명을 다시 되새긴다”고 설명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총회장 김영걸 목사) 총회가 학원 복음화를 위해 노력한 우수 기독교 학교를 시상하고 모범 사례를 함께 나눴다. 예장통합은 10일 서울 중구 영락교회(김운성 목사)에서 ‘잘파세대를 위한 신앙교육 모범 사례 공모 시상 및 세미나’를 열었다. 잘파세대는 Z세대와 알파세대를 합쳐 부르는 말이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한 이들로 유년기부터 디지털의 영향을 받아 첨단기술에 대한 거부감이 적고 자신만의 개성을 중시하는 특징을 보인다.
이날 경신중·고처럼 학생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려는 기독교 학교의 다양한 노력이 소개됐다. 경기도 안양 성문고는 매주 목요일 점심시간 찬양 버스킹을 연다. 그동안 한 학기에 한 차례 정식 버스킹을 열었는데 학교를 더 자주 찬양으로 채우고 싶은 기독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나서게 됐다.
종교교사인 육근호 목사는 “대규모 버스킹은 준비해야 할 것도 많고 시간도 오래 걸리지만 게릴라처럼 열리는 버스킹은 기타 등 간단한 악기를 들고 할 수 있어 쉽고 부담도 없다”며 “잘파세대에는 형식보다 분위기, 전달보다 공감, 강요보다 초대의 방식이 필요하다. 버스킹은 학생들이 오가며 부담 없이 머물 수 있어 복음을 향한 부드러운 첫걸음이 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학생들과 문답을 주고받으며 예배를 드리는 경북 영주 영광중, 정체성 공동체 기후환경 죽음 등 다양한 주제로 학생들을 교육하는 전북 군산영광여고, 감사편지 쓰기나 성가합창대회 같은 참여형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인천 숭덕여자중·고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 자리에선 기독교 학교 정체성을 회복하고 사립학교법 재개정의 문제점을 논의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박상진 한동대 석좌교수는 “제21대 국회에서 재개정된 사립학교법은 학교 교원 임용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건학이념 구현을 원칙적으로 가로막고 있다”며 “이는 다음세대 신앙 위기, 나아가 한국교회 위기로 이어지기에 한국교회가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