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 전 대통령 재구속, 내란죄 수사 정상화의 첫 걸음

입력 2025-07-11 01:30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구속은 내란죄 수사와 기소 과정의 비정상을 바로잡는 첫 수순이다. 내란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윤 전 대통령이 지난 3월 7일 석방된 것은 체포 기간 산정과 수사의 적법성 논란 때문이었다. 검찰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아 윤 전 대통령을 기소했을 때는 이미 형사소송법상 구속 기간이 만료됐다는 것이 법원의 구속 취소 이유였다. 공수처는 내란죄 수사 권한이 없으며, 공수처 수사를 검찰이 보완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없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이는 공수처의 수사 욕심과 검찰의 어정쩡한 대응이 낳은 참극이었다. 일각에서는 12·3 비상계엄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전에 절차적 정당성의 하자를 이유로 공소취소 결정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그런 점에서 특검이 공소유지 업무를 넘겨받고, 재수사에 착수한 지 22일 만에 윤 전 대통령의 신병을 다시 확보한 것은 적법절차 시비를 차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내란죄 공범들은 모두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데 내란죄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 전 대통령만 자유의 몸으로 거리를 활보하는 것은 많은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윤 전 대통령은 마치 무죄 선고라도 받은 양 행동에 거리낌이 없었다. 평범한 시민처럼 반려견과 함께 한강 공원을 산책하거나, 부정선거 의혹을 주장하며 12·3 비상계엄을 지지하는 내용의 영화를 공개적으로 관람하는 윤 전 대통령의 모습에는 어떤 죄책감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 행동이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을 만족시켰을지는 모르지만 반대 진영과 중도층은 혀를 차게 만들었다.

한심한 것은 국민의힘의 대응이다. 윤 전 대통령의 과오가 드러날수록 그를 비호하고 탄핵을 반대했던 국민의힘은 위축될 수밖에 없는데 아직도 과거 청산을 망설이고 있다. 12·3 비상계엄에 대한 철저한 반성 없이 보수 재건을 논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다. 당의 혁신은 윤 전 대통령과의 과감한 절연에서 시작해야 한다.

특검에도 아쉬운 점은 있다. 특검이 내세운 구속 사유는 대부분 법정에서 다투고 있는 사안들이다. 윤 대통령이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기 위해 무인기를 날리도록 지시했다는 의혹도 수사 중이지만 정작 구속영장에는 이 혐의가 빠졌다. 윤 전 대통령의 조기 구속이라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비상계엄의 많은 부분은 여전히 규명되지 않았다. 조은석 특별검사가 이끄는 수사팀에 박수를 보내기에는 아직 이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