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여개 고서점이 밀집한 일본 도쿄 진보초. 에도시대부터 이어져 온 세계적인 책방 거리다. 이곳에 2015년 7월 7일 한국문학 전문 책방 ‘책거리’가 문을 열었다. 바로 그 책방지기인 저자가 그간 걸어온 여정을 담담하게 들려주는 책이다.
어느 날 문득 “내가 사랑하는 한국문학을 일본인도 알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한 저자는 책방에 이어 한국문학전문 일본 출판사 ‘쿠온’을 세웠다. 박경리의 토지 전 20권을 10년에 걸쳐 일본어로 완역하고, 한강의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를 일본에 처음 소개한 이도 그였다. 요조의 ‘아무튼, 떡볶이’ 김원영의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같은 작품도 쿠온을 거쳐 일본 독자들과 만났다. 그야말로 ‘21세기 조선통신사’라 부를 만하다.
저자의 열정 넘치는 행보 뒤엔 단 하나의 신념이 있었다. “내게 아름다운 세계는 다른 이에게도 아름다울 것이다.” 그 낭만적 고백이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가 본 ‘아름다움’은 누구의 책, 어떤 문장에서 시작됐을까? 한국문학에 대한 애정과 진심이 빚어낸 한 사람의 기록이자, 한국과 일본을 언어와 문화로 잇는 다리가 이 책 속에 놓여 있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