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경기도 화성시 송산면에 있는 사강감리교회에서 이주민 선교의 길로 이끄심을 따라 이주노동자 사역을 시작했습니다. 중간에 만 9년의 해외 선교 사역이 있었습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선교지를 떠나오면서 다른 지역으로 사역지를 옮길지, 국내 이주민 사역으로 돌아설지 기도하다 국내 이주민 사역의 중요성을 보게 됐습니다. 그리고 올해로 25년째 해외와 국내 이주민 사역의 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 우리의 계획은 늘 사람의 마음에서 시작하지만 그 걸음을 인도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십니다. 2020년 지역을 옮겨 평택에서 새로운 이주민 사역을 꿈꾸며 나아갈 때 코로나가 시작됐습니다. 코로나 시기는 모두가 방역을 해야 하는 국가적 위기 상황이라 받아들이고 이해는 했지만, 주님께서 이 상황을 어떻게 인도하실지에 대한 기대와 이주민을 만날 수 없다는 좌절의 나날을 오가며 이주민 사역으로의 부르심을 의심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하나님은 이미 다른 길을 준비하고 계셨습니다. 사람의 계획은 멈춘 것 같았지만 하나님의 인도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특히 팬데믹 정점에서 하나님은 아프리카에서 온 귀한 아이들을 만나게 하셨습니다. 어떤 전략이나 예측이 아닌 오직 순종하는 마음으로 송탄으로 향했던 그 걸음이 하나님의 완전한 계획이었음을 나중에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난민 초·중등 아이들이 이 시기 어려움을 겪는 것을 알게 됐고 이때부터 난민과 다문화 청소년 사역을 시작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송탄으로 가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이주민 청소년 사역이 시작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주일에는 이주민 노동자(베트남 캄보디아 네팔 중국 중앙아시아 등) 대상 예배와 한국어를 위주로 모이며 주중에는 아프리카(나이지리아 케냐 카메룬 가나 기니 부룬디 앙골라 등) 출신 아이들과 가정을 만나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사람을 통해 길을 넓히시고 만남을 통해 마음을 여십니다. 하나님께서 이 일을 계기로 사역의 지경을 넓혀 주셨습니다. 가끔 아프리카 선교사님들을 만나면 이런 말을 듣습니다.
“김 선교사님, 아프리카로 오세요. 중국인도 많고 복음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아프리카 출신 아이들과 가정을 품게 되면서 눈에 보이는 땅이나 지역이 아닌 이 땅에 온 이주민을 품는 것이 그 나라를 품고 선교의 지경을 넓히는 것임을 새삼 인정하게 됐습니다.
하나님은 때때로 우리 계획을 멈추게 하시고 대신 더 깊고 넓은 뜻을 보여주십니다. 지금 한국교회는 다음세대의 부재를 걱정합니다. 그러나 시선을 조금만 넓히면 국내외 출생 다문화 자녀들과 이주 배경 청소년들이 분명 우리의 미래이며 우리가 품어야 할 하나님의 다음세대임을 알게 됩니다.
이 아이들이 장차 이 땅의 미래를 이끌어 갈 믿음의 일꾼으로 자라나도록 축복해 주십시오. 한국 땅에 살고 있지만 이 땅에 살고 있지 않은 아이들처럼 사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맡겨주신 이 아이들, 우리의 눈동자에 품고 사랑과 기도로 함께 걸어가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우리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하나님께 모든 영광을 올려드립니다.
김현식 목사 국내이주민선교사(기독교대한감리회)
◇김현식 선교사는 기독교대한감리회 공식 자격을 얻은 국내이주민선교사 2호입니다. 현재는 경기도 화성 사강감리교회에서 이주노동자와 이주배경 청소년을 중심으로 지역 복음화와 이주민 사역을 감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