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을 상대로 종합 패키지 딜을 제안한 것은 관세 협상과 방위비 분담금 인상 등 사안별로 협상하기엔 각각의 대응 카드가 불충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통상·안보·투자 전 분야를 테이블에 올려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는 협상을 통해 국익을 관철하겠다는 것이다. 양국은 한·미 정상회담을 조속히 개최해 실무협상 패키지 딜의 속도를 높이자는 데에도 공감했지만 구체적인 날짜는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
2박4일 일정으로 미 워싱턴DC를 방문하고 9일 귀국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관세, 안보 등 여러 갈래의 협상이 진행되는데 결국 정상회담에서 모일 것”이라며 “그러나 정상회담 개최 여부가 모든 협상의 관건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협상은 협상대로 진행해서 성과를 내고, 협의를 잘 마무리 지어 정상회담으로 가져간다는 게 우리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위 실장은 “미국이 관세를 재부과하며 다음달 1일까지 시한을 재유예한 건 하나의 판단을 한 것으로 본다”며 “그러나 우리 입장에선 미국이 협상의 여러 측면 중 한 측면만 본 것이며, 다른 측면까지 종합적으로 감안해야 한다고 의사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미국이 관세 협상만을 가지고 3주의 추가 유예 기한을 줬지만 정부는 패키지딜로 접근해 미국의 협상 기준을 바꾸려 한다는 취지다.
위 실장은 “현안 협상이 좋은 결론으로 향한다면 정상회담 추진이 쉬워지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동맹의 엔드스테이트(최종 상태)까지 시야에 넣고 협상하려면 빨리 정상회담을 해 전체 과정을 촉진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분야별 협상이 아니라 종합 패키지 딜을 성사시키려면 결국 정상 간 담판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위 실장은 “구체적인 정상회담 일정은 나와 있지 못한 상황”이라며 “8월 1일을 기준으로 단정하지 않고, (협상) 진행 상황에 따라 조정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관세 협상의 구체적 목표에 대해선 “궁극적 목적은 관세가 없도록 하는 것”이라며 “타협한다면 (관세율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한 것과 관련해선 “한국은 SMA(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로 1조5000억원대를 내고 있고, SMA 외에도 우리가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따로 있다”면서도 “국방비 전체에 대해서는 국제적 흐름에 따라 늘려가는 쪽으로 협의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최승욱 윤예솔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