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국무회의 못 나간다… 방송3법 갈등, 용산이 교통정리

입력 2025-07-10 00:04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9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국무회의 배석에서 제외된 것과 관련해 “아쉽게 생각한다”면서도 “임기는 내년까지”라며 여권에서 제기되는 사퇴 요구에는 응할 의사가 없음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국무회의 비공개 발언을 자의적으로 공개해 논란을 일으킨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을 국무회의 참석 대상에서 배제했다. 대통령실은 여당 상임위원장이 법안을 추진할 때 당·정 협의를 거치라고 당부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이 위원장이 방송3법 처리 과정에서 ‘대통령 의중’을 두고 충돌하면서 이 대통령에게 불똥이 튀자 결국 교통정리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9일 브리핑에서 “다음 주 국무회의부터 현직 방통위원장은 국무회의에 배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비공개회의에서 나온 발언이나 토의 내용을 기사화하거나 내용을 왜곡해 정치에 활용하는 것은 공직기강 해이”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이 국무회의 내용을 지속적으로 정치적 활용해온 점과 SNS 계정에 정치적 견해를 게재한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이 위원장은 이후 방통위 기자실을 찾아 “이 대통령에 대한 강한 신뢰가 있었는데, 다음 주부터 회의에 참석할 수 없게 된 것은 참 아쉽다”고 밝혔다. 사퇴 가능성에 대해선 “현행법상 제 임기는 내년 8월 24일까지”라고 일축했다.

이런 조치는 방송3법 처리 과정에서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이 위원장이 민주당 소속 상임위원장을 상대로 ‘대통령 의중’을 무기 삼아 공격하자 아예 갈등 소지를 없애버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전임 정부 내각과 함께 국무회의를 진행해왔는데, 이번 결정으로 이 위원장은 처음 ‘퇴출’된 국무위원이 됐다.

대통령실은 또 지난 7일 열린 이 대통령과 여당 상임위원장단 만찬에서 “추후 법안 처리 과정에서 당·정 협의를 꼭 거쳐야 한다”며 “처리가 시급하지 않다면 소관 장관이 임명된 뒤 법안을 처리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이 수반되는 법안은 재정 당국과 사전 상의가 필요하단 입장도 거듭 강조했다. 이를 두고 방송3법 강행 처리에 대한 부담을 드러낸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방송3법 내용에 대해선 ‘같은 마음’이라고 했지만, 처리 시점이나 속도를 따로 주문한 적은 없다”며 “처리를 서두르라든가 천천히 하라든가 하는 것은 내용을 공감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민감한 법안을 밀어붙이기 식으로 처리하면서 ‘방송 장악’ 비판이 나오는 데에도 다소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그간 국회 과방위 차원에서 방송3법 개정 추진 필요성을 대통령실에 수차례 서면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이후 대면 보고에서 공영방송 사장추천위원회를 100명으로 구성하는 등 방송장악 방지 장치가 존재한다는 점을 확인하고 법안 내용에 공감을 표했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 처리 시점에 대한 지시는 없었다. 민주당은 그러나 이 대통령의 공감을 확인한 뒤 법안 처리에 속도를 올렸고, 결국 과방위에서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