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휴일] 우리 동네

입력 2025-07-11 00:15 수정 2025-07-11 00:15

내가 사는 대학로에는
공연장도 많고 식당도 많다
인도엔 길거리 음식 포차가
줄줄이 서 있다
매일 없어지고 생겨나고
어제 봤던 가게가 오늘은 공사 중이다

저기 가봐야지 하곤
입구에 턱이 있는지
엘리베이터가 있는지
문의 크기와
실내에서 휠체어가 움직일 수 있는지
가게 사장님의 장애 감수성까지
살피고 알아보다 보면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내가 원하는 것, 원하는 메뉴는
언제나 맨 마지막이다

이 동네 약국이나 병원 음식점은
가는 곳만 간다
서점이나 선물 가게 신발 가게
시장 옷 가게 등은 그저 길가에서
기웃거리며 눈인사만 하고
물건은 인터넷으로 산다

새로 공사하는 가게를 유심히 봐도
역시나 턱이 있고
출입구엔 또 계단이 서너 개
여기도 못 가겠구나

이렇게 맴돌며
대학로에서 40여 년을 살고 있다

-박정숙 시집 ‘통증 일기’에서
*박정숙 시인은 소아마비로 하반신 장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