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니 엄마가 없어졌다. 동생과 함께 엄마를 찾아 나서지만 아무 데도 안 보인다. 눈앞에 화려하고 묘한 가게 하나가 나타난다. 바로 ‘최신형’ 엄마를 파는 가게였다. 요리 잘하는 엄마, 공부 도와주는 엄마, 감자튀김을 실컷 사주는 엄마…. 그런데 진짜 엄마는 없었다. 점원은 비슷한 엄마를 소개하지만, 가격이 너무 비쌌다. 남매는 넋두리한다. “엄마 한 명 사는 게 이렇게 비쌀 줄 누가 알았겠어.” 이번엔 중고 가게다. 거기 엄마가 있었다. 알고 보니 동생이 변신 로봇을 갖고 싶어 엄마가 낮잠 자는 사이에 팔아버린 것이었다.
대만의 대표 시인인 판지아신은 엄마를 파는 가게가 있다는 발칙한 상상력으로 엄마의 가치와 가족의 소중함을 되묻는다. 너무나 익숙하고 당연해서 그 소중함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자문하게 만든다. 어쩌면 엄마는 팔려가고 싶어할지도 모른다. 푹 쉬게.
맹경환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