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존 합의 준수”… 협상 레버리지 활용 고심

입력 2025-07-09 18:5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 추가 인상을 압박하면서 정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원칙적으로 기존 협상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협상 레버리지로 활용할 방안을 고심 중이다.

외교부는 9일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은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 여건을 보장하고 한·미 연합 방위태세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며 “우리 정부는 유효하게 타결되고 발효된 제12차 SMA를 준수하며 이행을 다 해나간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외국 정상 발언에 일일이 반응하고 평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내각회의에서 주한미군을 언급하며 “한국은 자국의 방위비를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자신의 첫 집권 때인 2019년 제11차 SMA 협상 당시 한국에 100억 달러(약 13조7500억원)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체결된 SMA를 다시 바꾸려면 국회 동의가 필수적이다. 여기에 방위비 분담금 외에도 주한미군으로 인해 간접적으로 지출되는 예산도 방위비 못지않다. 카투사·경찰 지원 비용과 부동산·한국군 훈련장 사용 지원 비용, 주한미군지위협정에 따른 주한미군의 세금 면제, 공과금 혜택 등 간접지원 비용은 연간 1조5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이 내는 주한미군 주둔비용 분담금은 올해 1조4028억원, 2026년 총액은 8.3% 증가한 1조5192억원이다.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재 방위비 분담금으로 1조5000억원을 내고 있고, 직간접적으로 내는 방위비 지원금도 많이 있다”며 “이 역시 국제적 흐름따라 늘려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방위비 증액의 필요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허점으로 지적된다. 미국 정부는 “전체 주한미군 운용비 대비 한국의 분담 비율이 30%”라고 주장하지만 전체 주한미군 경비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는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주한미군 규모를 4만5000명이라고 주장했지만 현재 2만8000여명 수준이다.

방위비 분담금 증액이 불가피하다면 관세 협상 레버리지로 삼아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트럼프는 장사꾼이기 때문에 상징적으로라도 무언가를 던져줘야 한다”며 “기존 방위비를 2배 올리겠다고 하면 트럼프는 승리를 선포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동차 관세를 빼달라고 하면 된다”고 말했다.

송태화 최예슬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