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 옷도 다시보자’… 판 커지는 리커머스 시장

입력 2025-07-10 02:04
롯데백화점이 중고 패션 상품을 엘포인트로 교환해주는 ‘그린 리워드 서비스’를 도입한다.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지난달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운영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캠페인 ‘리얼스(RE:EARTH)’ 홍보 부스에서 방문객들이 백화점 폐기물을 활용한 ‘업사이클링 굿즈’를 살펴보고 있다. 롯데백화점 제공

‘리세일 패션’이 뜨고 있다. 친환경 가치소비 트렌드와 오랜 경기 침체가 맞물려 패션 중고거래가 활발해지면서다. 중고 패션시장이 규모를 키워가자 온라인 플랫폼뿐 아니라 백화점업계와 패션브랜드까지 ‘리커머스’(중고 재판매) 서비스에 뛰어들었다. 우리나라에서 버려지는 의류가 2023년 기준 11만938t에 이르는 상황에서 폐의류 자원 순환에 기여하는 동시에 충성도 높은 소비층을 유입시키려는 전략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리세일 패션 강세는 시장 확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9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27년 국내 중고 의류시장 점유율은 전체 의류 시장에서 24.3%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은 국내 리커머스 시장 규모가 지난해 35조원에서 올해 43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고나라나 당근에서 개인 간 거래 중심으로 이뤄지던 패션 중고거래는 대형 유통채널의 리커머스 서비스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고급화를 지향하는 백화점과 패션업계까지 이 시장에 합류했다. 불황형 소비가 견고해지면서 중고 패션시장이 산업으로 규모를 갖춰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백화점은 오는 11일부터 패션 분야에서 ‘그린 리워드 서비스’를 정식 도입한다. 중고 제품 정보를 입력하고 주소를 등록하면 택배로 수거한 뒤 검수 절차를 거쳐 최소 5000원에서 최대 28만원 상당의 엘포인트(L.POINT)로 보상해주는 방식이다. 준지, 띠어리, 타이틀리스트, 아크테릭스 등 고급 패션 중심으로 151개 브랜드 제품이 대상이다. 수거된 제품은 리세일 전문기업 ‘마들렌메모리’를 통해 중고 시장에 재판매된다.

현대백화점도 지난 5월 시범 운영했던 ‘바이백’(Buy Back) 서비스를 이달부터 본격화한다. 더현대닷컴 웹사이트와 앱에서 신청한 중고 패션 제품을 수거한 뒤 검수 후 H포인트로 보상하는 구조다. 약 130개 브랜드를 대상으로 한다. 향후 오프라인 백화점 내 중고 매입센터까지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리세일 플랫폼도 늘어날 전망이다. 패션전문기업 LF는 LF몰에서 전용 리세일 플랫폼을 준비 중이다. 올해 3분기 출시를 목표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고 LF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면 포인트로 보상하고, 검수·세탁을 마친 중고 제품은 합리적인 가격에 재판매하는 방식이 될 전망이다. 10~20대 패션을 선도하는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도 이르면 이달 말 리커머스 서비스 ‘무신사 유즈드’를 정식 출시한다. 자체 설문조사에 따르면 무신사 회원의 65%가 중고 패션 상품을 판매한 경험이 있고, 구매 경험도 64%에 달했다. 중고 패션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낮은 것으로 해석된다.

대량 생산·폐기 구조에서 생겨나는 환경 이슈도 리세일 플랫폼 구축 확대의 주요 이유로 꼽힌다. 세계적으로 연간 1억t씩 폐의류가 발생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의 최대 10%가 의류산업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리커머스 플랫폼은 단기적 매출 상승보다 고객과 브랜드 간 접촉을 늘리고 친환경 정책을 이어갈 수 있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