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최고기온 40도 넘었는데… 기상청 “공식 기록 아닙니다”

입력 2025-07-10 02:07
정종구(91) 할아버지가 9일 경기도 김포시 양촌읍 석모리 고추밭에서 폭염에 썩은 고추를 따고 있다. 전국적으로 불볕더위가 이어지면서 전날 전국 응급실 516곳을 찾은 온열 질환자는 238명으로 집계됐다. 김포=권현구 기자

전국적인 불볕더위 속에 경기도 파주 광탄면의 지난 8일 낮 최고기온은 40.1도에 달했다. ‘7월 폭염’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수치다. 하지만 같은 날 불과 15㎞ 떨어진 파주 문산읍 파주기상대에서 기록된 낮 최고기온은 34.9도로 5도 이상 차이가 났다. 9일(오후 3시 기준)에도 광탄면은 38.8도까지 치솟은 반면 문산읍의 경우 34도를 기록했다. 이런 차이는 왜 생겼을까.


기상청 설명을 종합하면 같은 도시 안에서도 기온 편차가 나타나는 건 관측 시설이 설치된 지역 특성 차이가 원인으로 꼽힌다. 문산읍은 임진강 근처인 반면 광탄면은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라서 특성이 다르다. 일반적으로 물이 있는 곳은 공기가 뜨거워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시원한 편이고 분지 지형은 열이 빠져나가기 어렵다.

관측장비가 설치된 환경도 두 지점이 다르다. 기상청 관계자는 “파주기상대 내 관측장비는 지형 조건 등 부수적인 방해 요인이 없도록 최대한 맞춰 설치한 시설”이라며 “광탄면 관측장비는 면사무소 옥상에 설치됐기 때문에 직사광선을 바로 받아 기온이 더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상청 공식기록에 포함되는 관측장비는 복사열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지상 설치와 자연잔디 조성 등 설치 요건이 훨씬 더 까다롭다는 차이가 있다.

파주기상대 내 설치된 ASOS(종관기상관측장비)는 풍향, 풍속, 기온, 강수량 등 기본 정보뿐 아니라 일조시간, 증발량 등 세부 정보도 기록하는 정밀화된 기상관측 장비로 기상청에선 98대를 보유하고 있다. 광탄면에 설치된 AWS(자동기상관측장비)는 방재 감시에 초점을 맞춘 간이 장비로 기온, 강수량 등 기본 정보 위주로 관측한다. 40.1도를 기록한 AWS 장비는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리한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공식 통계는 ASOS 장비로 관측된 97개 지점의 기록만을 사용한다는 게 기상청 설명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공식 기록을 내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관측 기간인데 광탄면에 설치된 AWS는 경기도가 설치한 것이기도 하고 20년 이상 된 파주기상대보다 오래되지 않았다”며 “누적된 통계 자료가 있어야 해당 지역의 기상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상청이 공식 통계용 기후관측지점 이외에 운영하는 AWS 장비는 전국 553곳에 있다. 경기도에도 82곳에 장비를 설치해 기상 관측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통계엔 포함되지 않지만 다양한 AWS를 설치하는 이유는 방재 목적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전날 서울 양천구에 위치한 AWS에선 강수량 81.0㎜가 측정됐다. 하지만 서울 강남·강동·송파 등에선 강수량이 기록되지 않았다. 기상청 관계자는 “소나기가 내릴 때 관측장비 간 간격이 멀다면 제대로 된 특보를 낼 수 없다”며 “기온뿐 아니라 호우, 돌풍, 황사 등 모니터링 과정에서 특보를 내려면 AWS가 많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