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구속 여부가 달린 9일 구속영장 심사에서 ‘내란특검’과 윤 전 대통령 측은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특검은 178쪽 분량의 프레젠테이션(PPT) 자료를 법정에 띄워 가며 구속 필요성을 주장했고, 윤 전 대통령 측은 특검의 수사와 영장 청구가 졸속이라며 맞섰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11분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리는 서울중앙지법 청사로 들어섰다. 비상계엄 선포 및 탄핵심판 과정에서 착용한 남색 정장에 붉은색 넥타이 차림이었다. 영장 심사는 오후 2시22분 321호 법정에서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심리로 시작해 약 6시간40분 후인 오후 9시1분 마무리됐다. 오후 7시쯤에는 저녁식사를 위해 1시간 휴정했다.
특검 측에서는 박억수 특검보와 김정국 조재철 부장검사 등 10명이 투입됐다. 특검팀은 PPT 자료를 준비해 박 특검보와 검사들이 돌아가면서 윤 전 대통령 혐의와 구속 필요성 입증에 나섰다. 특검이 법원에 제출한 66쪽짜리 영장 청구서에서 “법률 전문가이자 자칭 ‘법치주의자’임에도 누구보다 법을 경시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과 김성훈 전 경호처 차장 등의 진술이 번복된 점을 근거로 사건 관계자 회유 등을 통한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구속 필요성을 강조했다.
윤 전 대통령 측에선 김홍일 배보윤 송진호 유정화 채명성 최지우 변호사가 윤 전 대통령과 함께 출석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약 20분간 직접 최후진술을 하며 특검 주장을 반박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개별 범죄사실들은 충분한 법리 검토를 하지 않았고 사실관계도 드러난 증거와 배치된다”며 “정치적 목적에 의한 잘못된 수사”라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내란 혐의와 관련된 것이어서 재구속 사유로 삼을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비화폰 기록은 삭제되지 않으며 진술 회유 의혹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영장 청구서에 외환 혐의가 포함되지 않았다며 “수사 미진이 명확한 상황에서 졸속 영장 청구”라고도 주장했다. 특검은 300쪽 분량의 의견서를 추가 제출해 영장에 없는 외환 혐의를 강조했다. 외환죄 등 여죄 수사를 위해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영장심사를 마친 뒤 윤 전 대통령은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심사 결과를 기다렸다. 윤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심사는 이번이 두 번째다. 그는 지난 1월 19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으로 구속됐으나 3월 7일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으로 8일 석방됐다.
특검은 이날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을 참고인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홍 전 차장은 앞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당일 밤 전화로 “싹 다 잡아들여”라는 체포 지시를 받았다고 폭로한 인물이다. 특검은 또 홍 전 차장에게 사직을 강요한 의혹을 받는 조태용 전 국정원장의 국가정보원법상 직권남용 혐의 수사에도 착수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