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시장 ‘디지털 헬스케어’ 선점 경쟁… 보안은 과제

입력 2025-07-10 02:09

다수의 정보기술(IT) 업체들이 ‘디지털 헬스케어’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지목하고 시장 선점 경쟁에 나서고 있다. 고령화 추세에 대응해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2033년 세계 시장 규모가 2000조원대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올 정도로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민감한 건강정보의 보안 관련 우려는 여전히 풀어야 할 큰 숙제로 남아있다.

한국바이오협회가 지난 3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2023년 기준 2408억5000만 달러(약 326조7000억원)로 평가됐다. 이후 연 21%가량씩 성장해 2033년에는 시장 규모가 1조6351억1000만 달러(약 2219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미래 거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IT업계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7일 미국 디지털 헬스케어 회사 젤스를 인수했다. 향후 젤스 플랫폼을 통해 웨어러블(착용형) 기기에서 측정되는 사용자 생체 데이터를 전문 의료 서비스와 연결하는 ‘커넥티드 케어’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LG전자 북미이노베이션센터(LG 노바)는 AI 헬스케어 스타트업을 육성한 후 독립법인으로 스핀아웃(분사)하며 혁신 사업모델을 발굴하고 있다. 첫 번째 스핀아웃 사례인 프라임포커스 헬스는 AI를 기반으로 만성질환의 조기 진단과 사후 관리를 돕는 케어 솔루션 기업이다. LG 노바는 최근 정신건강 분야에서도 새로운 프로젝트를 이어가는 중이다. 구글 역시 AI 기술을 활용해 ‘건강 조언’이라는 새로운 검색 기능을 선보이며 사용자 경험 기반의 건강관리 콘텐츠를 강조하고 있다.

다만 민감한 건강정보를 지속적으로 수집·활용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는 높은 수준의 사이버 보안 체계 구축이 필수적이다. 연세대 의과대학 신재용 교수 연구팀이 의사·만성질환자·일반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지난 7일 공개한 결과에서도 세 그룹 모두 디지털 헬스 앱 선택에 있어 ‘사이버 보안과 개인정보 안전’을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았다.

기업들도 이러한 우려를 인지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웨어러블 기기로 측정한 값을 삼성헬스 플랫폼 및 서버에 전송할지 여부는 모두 고객이 선택할 수 있도록 세분화돼있다”며 “고객 데이터 보안을 1순위로 두고 정보보호 분야에 투자를 지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LG전자도 자사에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도입할 경우 의료 법령에 따라 촘촘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했다.

박춘식 아주대 사이버보안학과 교수는 “대기업부터 소규모 하청업체까지 어느 한 곳만 (해킹) 피해를 입어도 전체 보안이 뚫리는 것”이라며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공동보안관제센터 관리 대상을 민간으로 확대하고 사이버 보안 투자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세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윤선 기자 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