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국내 암호화폐(코인) 거래소 업비트와 빗썸이 최근 출시한 ‘코인 대여 서비스’가 대부업에 해당하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이는 코인이나 원화를 담보로 다른 코인을 빌려주는 서비스로, 이용자는 서비스를 신청할 때와 대여 기간 동안 매일 수수료를 내야 한다.
9일 국민일보 취재 결과 금융위원회는 빗썸과 업비트에서 잇따라 출시한 ‘코인 대여 서비스’, ‘코인 빌리기’가 대부업에 해당하는지 유권해석을 하고 있다. 자산을 담보로 코인을 빌려주고 이자 성격인 수수료를 받는 행위가 법적 의미의 ‘대부’에 해당하는지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과거 판례에서 대부는 금전을 빌려주고 금전으로 수취하는 것으로 정의돼 있다. 금전의 범위에 코인과 같은 현금 등가물(현금과 동등한 가치를 실현하는 재산)이 포함되는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빗썸이 이날부터 시작한 코인 대여 서비스는 이용자가 보유한 특정 코인 또는 원화를 담보로 해당 금액의 최대 4배까지 코인을 빌려준다. 최소 이용 가능 금액은 10만원이고 멤버십 등급에 따라 최대 5억원까지 빌릴 수 있다. 빌릴 수 있는 코인 종류는 스테이블코인인 테더를 비롯해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등 10종이다. 코인 대여 기간 매일 0.05%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업비트도 지난 4일부터 원화를 담보로 테더 비트코인 리플 3종을 대여해주는 ‘코인 빌리기’를 제공한다. 신청 시 0.05%, 이용 시 8시간마다 0.01% 수수료를 내야 한다. 대부업체와 협력해 운영하는 빗썸과 달리 업비트는 해당 서비스를 직접 운영한다.
코인 대여 서비스는 주식시장의 마진거래(자신의 자본을 담보로 돈을 빌려 더 많은 금액을 거래하는 것)나 공매도 등 고위험 투자 방식과 비슷하다. 암호화폐는 아직 법 체계가 미비한 상황이어서 거래소들이 제도의 빈틈을 노려 선제적으로 영업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사들은 여신 라이선스가 있어 돈을 빌려주는 영업 행위를 할 수 있지만 암호화폐 거래소는 ‘가상자산사업자’ 외에 다른 금융 관련 자격이 없다. 주식 투자자는 공매도 등을 하려면 사전교육을 들어야 하지만 코인 대여 서비스는 거래 이력 등 최소한의 자격만 있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는 것도 차이다.
최재원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부업이냐 아니냐, 수수료냐 이자냐 하는 이 모든 논란은 결국 관련 법이 없어서 발생하는 이슈”라며 “서비스 성격과 운영 방식, 고위험 거래에 대한 조건 등이 이른 시일 내에 입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