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대 뒤늦은 성과연봉제 도입, 우수 인재 존중 풍토부터

입력 2025-07-10 01:20
서울대학교 정문. 서울대 제공

서울대가 이르면 가을 학기부터 성과연봉제를 도입한다고 한다. 다른 대학들은 진작 적용하고 있는 성과연봉제를 이제서야 실시하는 것은 인재 유출 방지를 위한 고육지책이란 설명이다. 최근 4년간 해외 대학으로 자리를 옮긴 교수가 56명이라는 것은 서울대의 인재 유출이 심각하다는 걸 말해준다. 서울대 교수 연봉은 국내 다른 주요 사립대학들의 73% 수준이다. 호봉 승진에 따른 임금 인상을 제외하면 성과에 상관없이 모두 똑같은 급여를 받는다. 탁월한 성과를 내는 교수들이 불만을 품는 건 당연하다.

미국 아이비리그 중에는 수십억원대 연봉을 받는 스타 교수들이 즐비하다. 코넬대 제브 로젠웍스 교수의 2021년 연봉은 880만 달러(약 121억원)였다. 그 대학 총장 연봉의 8배가 넘는 고액이었다. 미국 최초로 난자기증 프로그램을 개발한 로젠웍스 교수는 생식 내분비학 및 불임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다. 그가 소장을 맡고 있는 생식의학센터는 대학병원 운영 수익에도 크게 기여했다. 미국에는 노벨상 수상자, 필즈상 수상자 등 탁월한 연구 성과로 대규모 연구비를 유치한 교수들의 연봉이 일반 교수들의 연봉보다 훨씬 많다. 교수들의 연봉 차이가 큰 것은 철저한 성과급제를 적용하기 때문이다.

미국뿐 아니다. 중국 칭화대와 베이징대는 AI, 반도체, 양자컴퓨팅 등 첨단 분야에서 뛰어난 해외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2억원 이상의 연봉과 7억원 이상의 정착금, 수십억원의 연구비를 제시하고 있다.

서울대는 해외 대학들에 인재를 뺏기는 현상에 대해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내건 서울대가 국립대학의 지위를 버리고 법인화로 전환한 지도 14년이 지났다. 그러나 아직도 대학 스스로 성과를 내고 그 결과에 책임을 지는 책임경영체제를 구축하지 못하고 정부 재정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수십 년 간 나눠먹기식 호봉제를 고집한 것도 변화를 거부하고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서울대의 한 단면이다. 서울대가 이제라도 성과연봉제를 도입한다면 우수 인재를 제대로 대접해야 한다는 학내 풍토를 조성하고, 대학 경영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