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충격에 취약한 한국 경제… 상품 수출 의존도 G20 중 1위

입력 2025-07-10 00:17

한국 경제의 상품 수출 의존도가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G20 국가 평균보다 배 이상 높은 상품 수출 의존도로 인해 미국의 전방위적 관세 부과에 더 큰 충격파를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가 9일 발표한 ‘G20 상품 수출 의존도 추이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상품 수출 비중은 37.6%로 G20 국가 중 가장 높았다. 제조업 강국인 독일(33.3%·2위)이나 이웃 나라 중국(17.9%·13위), 일본(17.0%·14위)보다 높은 비율이다. G20 평균(16.5%)보다 비율이 갑절 이상 높았다.

이처럼 상품 수출 의존도가 높아진 건 관세 장벽 폐지를 이끈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무관치 않다. 1995년 WTO 가입 이후 한국의 상품 수출 의존도는 21.1%(1995년)에서 37.6%로 28년 사이 16.5% 포인트 증가했다. 증가 폭만 놓고 보면 멕시코(20.5% 포인트)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반면 WTO 가입 이후 한국의 서비스 수출이나 해외투자 등은 상품 수출에 비해 턱없이 낮은 상황이다. 한국의 서비스 수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3%로 영국(17.3%), 프랑스(12.1%), 독일(10.0%) 등에 비해 작다. 서비스 수지 역시 1998~1999년 2년간의 흑자를 제외하면 WTO 가입 이후 만성 적자였다. 해외 투자소득이나 배당 등 안정적인 외화벌이가 되는 ‘본원소득수입’의 GDP 대비 비중도 4.1%로 일본(9.8%), 독일(9.7%) 등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런 탓에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다시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강화하면서 상품 수출에 기반을 둔 한국 경제의 성장 공식은 더는 먹히지 않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주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래 성장을 위해서는 상품 수지 비중을 줄이고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 제고와 해외투자 및 자산소득 확보 쪽으로 경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