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우리 측 해상에서 표류했던 북한 주민 6명을 동해상에서 북측으로 송환했다. 북한은 곧바로 경비정과 어선을 보내 이들을 인계했다. 남북 간 직접 대화는 불발됐지만 북한이 우리 측 송환에 응한 것을 관계 개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통일부 당국자는 9일 “지난 3월 서해, 지난 5월 동해에서 구조된 북한 주민 6명을 오늘 동해상으로 함께 송환했다”며 “송환 시점에 북한 경비정이 인계 지점에 나와 있었다. 선박은 자력으로 귀환했다”고 밝혔다. 서해 표류 북한 주민 2명은 124일 만에, 동해 표류 북한 주민 4명은 43일 만에 북한으로 돌아가게 됐다.
이들은 표류된 뒤 우리 정부의 합동조사와 유엔사 조사 등에서 수차례 귀환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남북 연락채널이 단절돼 있어 곧바로 송환하지 못했다. 정부는 자체 시설에서 이들을 보호한 채 선박을 수리했다. 서해 표류 주민의 목선은 수리가 어려워 폐선을 결정했고, 수리가 완료된 동해 표류 주민의 목선을 이번 송환 선박으로 활용했다. 서해 표류 주민 2명도 동해를 통한 귀환에 동의했다.
정부는 북한과 마땅한 소통 창구가 없자 유엔사 협조를 통해 송환을 준비했다. 육상 송환도 고려했지만 경색된 남북 관계 탓에 북한이 대면 인계에 나서지 않으리라고 예상해 해상 송환으로 결정했다. 이후 유엔사와 북한군 사이 직통전화인 ‘핑크폰’을 통해 송환 지점, 시기 등을 전달했다. 북한은 전화는 받았으나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정부는 과거 해상 송환 의사를 알렸을 때 북한이 항상 인계했던 점을 고려해 예정대로 작업을 진행했다. 이어 북한 주민을 인계할 북한군 선박이 예정된 시간에 출발하는 걸 육안으로 확인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구명조끼, 구명환, 비상식량과 물도 함께 실었다.
우리 정부의 직접적인 연락엔 응답하지 않았지만 주민 인계에는 나선 만큼 남북 대화의 물꼬가 트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이들의 인계를 수용한 점은 남북 간 제한적인 소통의 신호로 해석해도 무방하다”며 “남북 대화 재개의 동력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은 이날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개정안)을 7월 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대북전단 살포 시 사전에 신고하도록 하고 처벌 수준을 낮추는 내용 등이 포함될 전망이다. 필요하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도 추진할 계획이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