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는 이달 초 유료 이용자를 대상으로 ‘스피키지 라이브’ 행사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스포티파이는 록 밴드 실리카겔의 신곡을 최초로 공개했다. 국내에서 처음 진행된 행사에는 실리카겔 음악을 자주 감상한 상위 이용자 400여명만이 초청됐다.
스트리밍 업체들이 사용자 수를 늘리기 위한 전략으로 개인화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국내 스트리밍 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사용자 수를 늘려가던 유튜브뮤직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로 주춤한 틈을 타 시장점유율 반등 모색에 나서는 분위기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스트리밍 플랫폼 중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1위는 유튜브 뮤직(982만명)이다. 멜론(654만 명), 스포티파이(359만명), 지니뮤직(263만명)이 그 뒤를 이었다.
구글이 유튜브 프리미엄에서 유튜브뮤직 서비스를 제외한 새로운 요금제 출시를 검토 중인 가운데 스포티파이는 취향 기반 음악 탐색 기능을 강화하며 ‘디깅(digging)’ 개념을 강조하고 있다. 디깅은 관심사를 깊게 파고드는 행위를 말한다. 사용자의 감상 이력을 분석해 선호 장르를 좁히고 관련 아티스트나 곡으로 탐색 범위를 확장하는 방식이다. 글로벌 음악 플랫폼으로 다양한 장르의 음원을 폭넓게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전략은 스포티파이에 유리하다.
멜론은 2004년 출시 이후 20년간 축적한 K팝 관련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큐레이션 기능을 고도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최근 인공지능(AI) 기반 음악 추천 서비스 ‘DJ 말랑이’를 출시하고, 사용자 환경(UI) 개편을 통해 개인의 취향에 맞춘 선곡 서비스를 강화했다. 이용자 감상 이력을 바탕으로 노래를 자동 추천하는 ‘믹스업’ 서비스에서 나아가 감정·상황 기반 선곡이 가능한 방식으로 서비스를 진화시키고 있다.
팬 친화적 플랫폼으로서 입지를 강화하는 것도 개인화 서비스와 비슷한 맥락이다. 멜론차트의 데이터는 국내 주요 음악 방송 프로그램은 물론 미국 빌보드 차트 집계에도 일부 반영된다. 사용자가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곡을 듣도록 동기를 부여한다. 실시간 채팅형 감상 서비스 ‘뮤직웨이브’는 팬덤 중심의 커뮤니티 형성을 유도하고 있다.
플로는 요즘 소비자들이 유튜브를 통해 콘텐츠를 소비하는 경향을 자사 서비스에 반영했다. 지난 5월 선보인 ‘여러 곡 한 번에 찾기’는 유튜브 등 다른 애플리케이션의 플레이리스트에 있는 곡을 한 번에 검색해 사용자의 플레이리스트에 자동 등록할 수 있도록 한 기능이다. 플로는 국내 플랫폼 중 최다 음원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렇듯 음악 플랫폼들이 개인화 전략을 내세우는 이유는 대중이 음악을 소비하는 방식이 예전과 달라졌기 때문이다. 맞춤형 서비스가 원활하면 사용자가 더 많은 음악을 소비하게 되고 브랜드 충성도가 높아진다. AI와 머신러닝 기술이 발전하면서 업계는 차별화된 개인화 서비스를 구현할 기술적 기반도 갖췄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유행하는 음악을 따라서 들었지만 최근에는 개인의 취향을 중심으로 음악을 선택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며 “이에 따라 주요 음악 플랫폼이 개인화 추천 시스템을 전략의 핵심축으로 삼고 있다. 당분간 이 같은 방향성은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