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윤희숙의 네 장면

입력 2025-07-10 00:40

국민의힘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은 정치 경력은 짧지만 많은 이들에게 각인되는 몇 장면을 남겼다. 그 처음은 국회의원이 된 지 2개월밖에 안 됐을 때인 2020년 7월 본회의장 발언이었다. 그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임대차 3법’을 처리하려 하자 5분 자유발언에 나섰다. 그때 ‘나는 임차인입니다’로 시작하는 유명한 임대차 3법 비판 연설을 했다. 많은 국민이 이에 공감했고, 윤 원장 경고대로 민주당은 나중에 임대차 3법을 무리하게 밀어붙인 데 대해 두고두고 사과해야 했다.

그랬던 그가 이듬해 9월 돌연 의원직을 내려놓았다. 당시 국민권익위원회가 국민의힘 의원들의 부동산 관련 의혹을 발표했는데, 윤 원장은 부친의 농지법 위반 의혹이 제기됐다. 부친과 독립해 살아온 지 26년이 지났고, 당 자체 조사에선 의혹이 소명됐지만 본인은 “책임지겠다”며 사퇴했다. 이준석 대표가 만류했지만 “이게 내 정치”라며 사퇴를 고수했다. 그보다 더한 비리가 있어도 구차하게 직을 지키려는 정치인들이 많은데 윤 원장이 깔끔하게 사퇴하자 “신선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윤 원장은 지난 4월 당 대선 방송연설로 또 이목을 끌었다. 원래 정책 홍보용 연설인데, 뜻밖에도 계엄 선포와 대통령 파면, 그걸 낳은 ‘줄 서기’ 정치에 대해 통렬히 반성했다. 진짜 사과다운 사과였다. 지도부와 사전에 협의하지 않은 연설이라 더 화제가 됐다.

윤 원장이 이제 네 번째로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됐다. 국민의힘은 9일 그를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했다. 현 지도부가 인적 쇄신 요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안철수 의원이 물러난 자리를 이어받았다. 지금 국민의힘에서 가장 필요한 게 인적 쇄신이고 대선 패배 책임자들이 뒤로 물러나야 한다는 안 의원의 지적은 당 안팎에서 공감대가 높다. 윤 원장으로선 인적 쇄신의 요구와 친윤 지도부 사이에서 난제를 떠맡은 셈이다. 윤 원장이 이를 잘 풀어내 혁신의 기대에 부응한다면 정치 인생이 또 빛나겠지만 뜨뜻미지근한 쇄신에 그친다면 그간 쌓은 명성에 흠이 생길지 모른다. 어느 쪽일지 궁금하다.

손병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