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단은 이렇게 접근” 식별법·예방 교육 확산

입력 2025-07-10 03:05

‘교회 밖에서 성경공부 큐티모임 영성훈련 등의 신앙모임을 해보자는 권유를 받았나요?’

김하늘(가명·26)씨는 최근 교회 주보에 올라온 ‘신천지(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 예방 자기 점검표’ 속 한 질문에 눈길이 갔다. 실제 교제하고 있는 남자친구가 이 같은 권유를 했기 때문이다. 이상함을 느낀 김씨는 담당 목회자에게 연락했다.

김씨는 9일 “남자친구는 제게 자신이 다니는 교회에 가자고 제안했고 그곳에서 배운 교리만이 옳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제보를 접수한 목회자는 이단 전문가에게 상담을 요청했고, 이후 해당 교회가 한국교회 주요 교단이 이단으로 규정한 단체임을 확인했다.


김씨의 상담은 경북 경산중앙교회(김종원 목사)가 지난달 29일 주보에 게재한 이단 예방을 위한 체크리스트(그래픽 참조) 덕분에 가능했다. ‘학교나 기관 게시판을 통해 광고된 특별한 행사에 당첨됐다는 연락을 받았는지’와 같은 일상 속 질문부터 ‘성경공부에서 육적 이스라엘, 영적 이스라엘, 영적 새 이스라엘에 대해 배웠는지’ 등 신천지 전문 용어가 담긴 물음까지 다양했다.

대구이단상담소장인 이동헌 경산중앙교회 협동목사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단·사이비 예방 사역은 교회 외부에서 쉽게 노출될 수 있는 모략포교와 이단 탈퇴자가 교회 내부로 흡수되며 발생하는 문제를 예방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천지와 같은 이단 단체에서 활동했던 이들이 탈퇴한 이후 기성교회로 들어오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며 “교회가 이런 점검표를 통해 위장 잠입과 같은 상황을 미리 방지하고 교인들이 이를 사전에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산중앙교회는 올해부터 새신자 교육과정에 이단 예방 교육을 필수로 편성했다. 이 교육에선 이단·사이비 교리의 특징, 포섭 방식, 교리 비교 등의 내용을 다룬다. 이 목사는 “이단들의 교리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갖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퇴사 압박, 가짜 면접, 교회 외부 성경공부 권유 등 이단 단체들의 노골적이고 조직적인 포교 시도가 잇따르면서 한국교회는 현장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예방 사역과 공동체 기반 경계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대전 선창교회(김혁 목사)는 주보를 통해 이단의 위장 포교에 대한 주의를 알렸다. 교회는 “이단들이 유령회사를 통해 청년층을 유인한 뒤 인문학 강의 등을 빌미로 이단 교리로 끌어들이고 있다”며 “낯선 아르바이트 제안과 성격검사 요청에 주의하고 의심될 경우 교역자에게 문의하라”고 안내했다. 경기도 남양주 주안에있는교회(정한영 목사)는 “유령회사와 가짜 면접으로 청년을 미혹하는 신천지의 시도를 파하게 해달라”며 “구직난 속에서도 청년들이 분별력과 지혜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기도제목을 공유했다.

이단 전문가를 활용해 강의를 제공하는 교회도 있다. 서울 오곡교회(신현구 목사)는 지난달 신천지 전도교관이었던 김충일 상록교회 목사를 초청해 이단 특강을 열고 신천지 모략포교에 관해 교육했다. 서울 자양교회(이철규 목사)는 지난 5월 바이블백신센터 원장 양형주 대전도안교회 목사를 초청해 이단 예방 세미나를 진행했다.

양 목사는 “신천지의 모략포교 방식은 매우 교묘해 외부에서 쉽게 감지하기 어렵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그는 “신천지 신도들은 포교 대상자의 관계망을 끊어내고, 주변을 자신들로 둘러싸는 구조를 만든다”며 “이상하다고 느낄 즈음이면 이미 상당한 단계가 진행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에는 대상자가 이단을 의심할 경우 오히려 상담소에 전화해보자며 통화를 유도하고, 이단은 인문학 강의 같은 건 하지 않는다고 안심시키는 방식까지 동원된다는 게 양 목사의 설명이다. 그는 “이단에 대한 의심이 시작될 때, 바로 검색해볼 수 있는 자료나 영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단 포교의 진화 속도에 비해 교회의 대응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 목사는 “일선 목회자들이 최신 포섭 수법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이단경계주일을 활용해 교인들에게 정기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교회 안에 이상 징후를 감지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윤서 김동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