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외국인 인력이 부쩍 늘어났다. 외국인 주민은 국내 3개월 이상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한국 국적을 취득한 귀화자, 외국인 또는 귀화한 자의 자녀로서 출생과 동시에 한국 국적을 취득한 외국인 주민 자녀 등을 일컫는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23년 지방자치단체 거주 외국인 주민 수는 총 245만9542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다이자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4.8%로 역대급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총인구 중 이주배경 인구가 5%를 넘으면 ‘다문화·다인종’ 국가로 분류한다. 한국은 이미 다문화·다인종 국가에 진입한 셈이다.
국내에서는 저출산·인구감소 위기가 심각하다. 전국 최대 광역지자체인 경기도마저 2067년에는 30개 시·군 모두가 ‘인구소멸고위험지역’이 된다는 보고서도 나왔다. 인구소멸고위험지역은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20·30대 여성 인구의 다섯 배가 넘는 곳이며 위험지역은 두 배가 넘는 곳을 말한다.
농촌은 더 심각하다. 전국 곳곳이 인력난에 위기를 맞고 있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 농촌의 지속적인 인구 유출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농업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곳이 하나둘이 아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심각해지는 양상이다. 이에 지자체마다 대안으로 공공형 외국인 계절근로자 도입이 확대되는 추세다.
이러한 인력난에 최근 제주도의 시범사업이 관심이다. 이른바 ‘농케이션’. ‘농촌(農村)’과 ‘워케이션(Workation)’의 합성어로, 농촌에서 일과 휴식을 동시에 경험하는 새로운 형태의 체류 방식이다. ‘농반휴반(農半休半)’이라는 개념에 기반한 도시 청년과 농촌, 체류와 소비, 일손과 관광을 유기적으로 연결한 새로운 실험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참여자는 오전에 농촌 일손을 돕고, 오후에는 자유롭게 여행과 휴식을 즐기며 보상으로 지역화폐와 특산물을 지급받는다. 그 보상은 다시 제주 지역에서의 숙박과 소비로 이어지며, 지역 내부의 순환경제 구조를 형성한다. 이 흐름은 농촌 체험을 넘어 관광과 농업을 함께 연결하려는 구조적 전략이다. 시민에게는 의미 있는 노동과 정서적 회복의 시간을, 농가에는 계절 인력의 안정적 보완을, 지역에는 체류 기반 소비의 확장을 유도하는 것이다. 핵심은 단순 체험을 넘어선 실질적 생산 보조, 관광 중심이 아닌 머무는 방식의 전환, 지원금 중심이 아닌 지역 내 환류를 설계한 순환경제 중심의 접근이다. 숙박은 지역 민박과 연계하고, 지급되는 지역화폐는 현지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면서 역내 소비 환원 구조를 명확히 하도록 했다.
‘농케이션’은 봉사활동처럼 보일 수 있지만 ‘기여의 구조’로 구분된다. 도시 청년은 체험활동 등의 경험자만 아닌 단기 생산 파트너이자 지역경제의 순환 주체로서 역할을 수행한다. 보상보다도 경험의 질, 관계의 밀도, 체류의 의미가 핵심이다. 제주도는 단발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기 위해 대학·기업·기관을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하고, 연중 확장 가능한 구조를 설계하고 있다. 앞으로 감귤, 월동채소, 하우스 작물 등 농가 수요에 따라 시기별 프로그램도 다양화될 예정이다. 여행의 방식이 바뀌고 머무는 방법이 달라질 때 농촌도 그에 맞춰 구조를 재편해야 한다. 제주가 제안한 ‘착한 체험과 휴양의 결합’은 또 하나의 이유와 의미를 더해줄지 모른다.
본격적인 휴가철이다. 서로 도우면서 농촌 문화를 이뤘던 품앗이, 즉 국민 모두와 함께하는 농촌 일손돕기가 일손 가뭄으로 속 타는 농심에 시원한 오아시스가 될 수 있다. 올여름에는 관광을 하면서 농촌 일손도 돕는 ‘일거양득’ 휴가는 어떨까. 모두의 실천이 중요하다.
남호철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