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덕영 목사의 다함께 선교] 비전이 있어야 이룰 수 있습니다

입력 2025-07-10 00:30

“보아야 건너가 밟을 수 있습니다.” 깜깜한 밤, 한 사람이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다 나뭇가지를 붙잡고 밤새 버텼습니다. 동이 트고 아래를 보니 불과 1m 아래가 잔디였습니다. 그것이 보였다면 그렇게 버티느라 지치지 않아도 됐을 것입니다. 보이지 않으니 고생하고 피곤했던 것입니다.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보이지 않으면 힘이 듭니다. 인생이 어두우면 넘어지기 쉽고 방황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삶에 비전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이는 예수를 믿기 전뿐 아니라 구원받은 성도의 삶에도 해당합니다.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홍해를 건너 약속의 땅 가나안으로 가는 길에 원망과 불평이 가득했습니다. 마라의 쓴 물을 만났을 때 조금만 더 가면 엘림의 오아시스가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면 그렇게까지 원망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가나안 정탐꾼 12명 중 여호수아와 갈렙만이 비전의 사람이었습니다. 가나안이 하나님이 주시는 땅임을 믿음의 눈으로 보고 ‘그들은 우리의 먹이다’라고 고백했습니다. 결국 광야 1세대 중 약속의 땅을 밟은 이들은 그 둘뿐이었습니다. 보는 자만이 그 땅을 밟을 수 있는 것입니다. 신앙에도 보는 힘이 필요합니다.

예수님께서 좁은 길과 넓은 길을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좁은 길을 갈 수 있는 이유는 주님이 가신 길이기 때문만이 아닙니다. 그 길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보이기 때문입니다. 끝이 멸망이라면 많은 사람이 찾는 넓은 길이라도 피할 것입니다. 반대로 좁은 길이라도 그 길이 생명의 길이라면 십자가를 지고서라도 기쁨으로 걸어갈 수 있는 것입니다.

성경은 잘 보이지 않는 신앙을 잠들어 있는 신앙이라 표현합니다. 눈을 감으면 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깨어 일어나라고 촉구합니다.

하나님의 뜻이 보일 때 그 뜻을 온전히 이룰 수 있습니다. 선교도 마찬가지입니다. 선교의 비전이 있어야 선교적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비전이 없으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헤맬 수밖에 없습니다.

사도 바울은 “나는 달음질하기를 향방 없는 것 같이 아니하고 싸우기를 허공을 치는 것 같이 아니하며”(고전 9:26)라고 고백합니다. 그는 분명한 푯대를 가지고 달려갔습니다. 2차 선교여행 때 바울은 마게도냐 사람의 도와 달라는 환상을 보고 에게해를 건너 유럽선교를 시작했습니다. 그 환상이 없었다면 유럽선교의 시작은 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3차 전도여행 때는 “내가 거기 갔다가 후에 로마도 보아야 하리라”(행 19:21)며 로마 복음화의 비전을 품었습니다. 결국 그는 로마에 가서 복음을 전했습니다. 보아야 밟고, 밟아야 이룰 수 있습니다.

이런 선교적 비전을 위해서는 말씀과 기도의 삶이 필요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내 발에 등이요 내 길에 빛입니다.(시 119:105) 빛이 오면 어둠은 물러갑니다. 말씀은 어두운 눈을 밝히고 기도는 영혼을 깨웁니다.

겟세마네 동산에서 잠든 제자들에게 주님께서 “깨어 기도하라”(마 26:41)고 하신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깨어있는 삶은 기도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말씀과 기도의 삶은 성령 충만으로 이어지고 성령은 우리로 보게 하십니다. 성령이 임하면 자녀들은 예언하고 젊은이는 환상을 보고 아비들은 꿈을 꾸리라 약속하셨습니다.(행 2:17)

초대 교회 선교의 역사도 성령 충만한 제자들이 주님의 비전을 보고 헌신했기에 가능했습니다. 우리의 일상 속에서도 말씀 한 구절을 붙잡고 기도할 때 하나님께서 생각지 못한 길을 열어주시고 새로운 시야를 주시는 기적을 경험하게 됩니다.

비전이 보이지 않아 답답하다면 비전의 사람 및 공동체와 함께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앞이 보이지 않을 땐 앞을 볼 수 있는 이의 손을 붙들면 됩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손이 되어주고 비전이 있는 이들이 등불처럼 길을 밝혀줄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속한 교회의 선교 비전을 나의 비전으로 삼아보십시오. 교회의 리더들, 동역자들의 비전에 동참해 보십시오. 교회의 비전이 나의 비전이 되고 가정의 비전이 될 때 신앙은 행복하고 열매 맺게 됩니다. 우리 모두 하나님께서 주시는 비전을 품고 아름다운 선교의 새 역사를 써가기를 축복합니다.

(새중앙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