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통해 삶에 확신… 포기에도 용기 필요”

입력 2025-07-11 00:08
매일 25억명 넘는 사람이 찾는 유튜브엔 매일 수많은 채널이 만들어집니다.많은 한국인은 오늘도 유튜브에 접속해 정보를 얻고 음악을 듣고 뉴스를 보고 위안을 받습니다. '유튜버'와 '인터뷰'의 첫 자음을 딴 'ㅇㅌㅂ'은 이렇듯 많은 이의 삶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유튜버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유씨 제공

구독자 수 2만3400명. ‘100만 유튜버’가 넘쳐나는 시대에 눈에 띄는 숫자는 아니지만 3년째 자신만의 속도로 성실하게 영상을 만들어가는 이가 있다. 주인공은 ‘동딴지’라는 채널을 운영하는 유동현(28)씨. 유씨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 스페인 일본 등 전 세계를 누비며 국토 종주나 자전거 종주에 도전했다. 시각장애인과 함께 종주에 나서거나, 도전을 통해 취약계층을 위해 기부금을 모으는 등 뜻깊은 도전을 벌이기도 한다.

최근 그가 뛰어든 도전은 호주 대륙을 자전거를 타고 가로지르는 일. 자립준비청년을 돕기 위한 ‘기부 라이딩’이었는데 도전 7일째 되던 지난 6일, 그는 생애 처음으로 ‘도전 실패’를 선언했다. 유씨는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비가 워낙 많이 와 기상 상황이 안 좋고 도로 상황도 위험해 결국 어제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고속도로에 자전거 도로가 따로 없어 차와 같은 노선에서 달려야 하는데, 화물을 운송하는 ‘로드 트레인’에 치일 뻔한 상황까지 겪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출발 전부터 호주 자전거 종주 정보가 없어 걱정이 깊었는데, 실제로 호주는 자전거로 횡단하기가 쉽지 않은 나라였다. 출발하자마자 야생 들개를 만나 위험한 상황에 처했고, 고속도로 옆 갓길을 달릴 땐 로드 트레인 때문에 아찔한 경험을 해야만 했다.

호주 자전거 종주에 도전할 때 찍은 사진. 유씨 제공

유씨는 인터뷰 내내 아쉬움을 토로했지만 위축된 기색을 느낄 순 없었다. 그는 “포기를 많이 안해봐서 몰랐는데, 포기하는 데도 도전하는 것만큼 용기가 필요하더라”며 “특히 이번 기부 프로젝트를 공지하고 단 하루 만에 100만 원 가까이가 모였기에 시청자들이 실망할 수 있다는 걱정이 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꾸역꾸역 도전을 이어간다면 나 스스로 즐길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앞으로 할 일이 많으니, 또다른 성공을 위한 실패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웃었다. 다음은 유씨와 나눈 일문일답.

-체력적으로 힘든 도전 많이 하는데.

“편하게 일상 생활할 때는 알 수 없는 나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내 인생의 첫 도전은 해병대 입대였다. 당시 군 면제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해병대를 선택하면서 내 체력과 정신력이 꽤 좋다는 걸 알게 됐다. 이후 많은 일에 도전했고, 그때마다 내가 가진 잠재력을 발견하는 게 즐거웠다”

-유튜브는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

“지금의 나를 위해, 다른 사람을 위해, 그리고 미래의 나를 위해 모두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때 자기효능감을 느낀다. 내 도전으로 다른 사람들이 자극을 받고 본인의 잠재력을 이끌어낸다면 나에게도, 그들에게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유튜브를 통해 수익을 얻으면 내가 원하는 도전들을 더욱 자유롭게 할 수 있고, 또 나중에 체력이 없어 더 이상 도전하지 못하게 됐을 땐 젊은 날의 기록들을 다시 찾아볼 수 있으니 좋을 것 같았다.”

유동현씨가 에베레스트 등정 때 찍은 사진. 유씨 제공

-유튜브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영화 ‘원더’에 나오는 대사인 ‘힘겨운 싸움을 하는 모든 이들에게 친절하라’가 나의 좌우명이다. 내가 힘든 모습을 보여주며 계속 도전을 하는 이유는 구독자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서다. 우리는 모두 각자 힘든 싸움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에게 더 친절해야 한다. 내 채널이 사람들에게 꾸준하게 작은 용기를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새로운 도전을 정할 때는 어떤 식으로 결정하나.

“그때그때 하고 싶은 걸 하는 편인데, 나만의 기준이 하나 있다. 지금 가진 능력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20대에는 체력이 좋고, 30·40대에는 경제적 여유가 생긴다. 그 이후에는 시간적 여유가 많아진다. 나이에 따라 내가 가진 능력치로 할 수 있는 도전을 정하려고 한다. 지금 나는 20대고, 그래서 체력적으로 힘든 도전을 많이 해보려고 노력 중이다”

-‘극한도전’하다 보면 힘든 일이 많을 것 같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미국 대륙을 자전거로 횡단할 때 물이 떨어져 탈수가 온 적이 있다. 날씨도 무척 더워 심한 어지러움과 구토 증세가 나타났었는데, 그때 마침 하늘에서 기적같이 비가 내렸다. 그렇게 빗물을 마시면서 한참 동안을 달렸는데 물을 구할 수 있는 주유소가 등장하자마자 비가 그치면서 하늘에 무지개가 뜨더라. 내 인생을 통틀어 가장 힘들었지만 가장 인상 깊은 순간이었다.”

-도전 중 만나는 사람 가운데 기억에 남는 이가 있다면.

“미국에서 만났던 스캇 아저씨 가족이다. 애리조나주를 지날 때 한 캠핑장에서 그들을 만났다. 아저씨는 부모님과 아들을 데리고 캠핑카 여행 중이었는데, 나를 저녁 식사에 초대해 줬다. 그러고는 ‘우리 여행의 일부가 되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스캇 아저씨의 어머니는 내 볼에 입을 맞추며 자신의 손자에게 멋진 영감을 줘서 고맙다고 하기도 했다. 그날 유난히 체력적으로 힘든 하루였는데 이 가족을 만난 순간 모든 피로가 풀렸다. 이때부터 ‘여행의 완성은 사람’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

과거 유씨가 '극지 마라톤'에서 거머쥔 메달들을 목에 걸고 포즈를 취한 장면. 유씨 제공

-유튜브 채널이 괄목할 만한 성과를 얻은 것은 아니다. 유튜브를 계속하는 원동력은 뭔가.

“시청자에게 좋은 댓글을 받으면 힘이 난다. 특히 건강이 안 좋거나 인생의 위기에 놓인 분들이 저의 도전을 보면서 힘을 얻었다는 댓글을 남기면 나도 응원을 받는 기분이다. 구독자 수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욕심도 없다. 다만 좋은 구독자들을 가지고 싶다는 욕심은 있다. 다행히 내 채널에는 마음이 따뜻한 구독자들만 모여 있는 것 같다.”

-유튜브를 시작하고 달라진 점은.

“내 삶의 방식에 확신을 갖게 됐다. 이전에도 나름대로는 확신을 갖고 산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불안할 때가 많았다. 대학 동기들이 박사학위를 받고 대기업에서 안정적인 생활을 할 때 나는 졸업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유튜브를 시작하고 도전을 이어가고, 또 수많은 응원의 댓글을 보면서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과 확신을 품게 됐다.”

-유튜브 외에 또다른 목표가 있나.

“궁극적인 목표는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것이다. 가정을 꾸리면 혼자 무언가를 할 때 보다 아무래도 덜 자유롭게 되기 때문에 지금 여러 가지 모험과 경험을 하면서 최대한 많은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 직업적으로는 교수가 되는 것이 꿈이다. 내년 2월 대학원에 진학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내가 도전을 통해 느낀 것을 유튜브를 통해 사람들과 나눴듯 연구를 통해 세상에 지식과 지혜를 동시에 전달하는 교수가 되고 싶다.”

-다음에는 어떤 도전을 할 것 같나.

“당분간 계획은 없지만 하게 된다면 비슷한 형태의 자전거 여행을 하게 될 것 같다. 체력이 있을 때 다양한 나라를 몸으로 경험해보고 싶다는 목표가 있는데, 여건이 된다면 지금 하고 있는 방식의 여행을 최대한 많이 해볼 생각이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