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략산업이 해외로 팔린다면

입력 2025-07-10 00:32

국가기간산업은 다양한 산업의 기반을 이루는 필수 인프라다. 에너지, 철강, 수송, 원료산업 등이 여기에 포함되며, 국가경쟁력의 근간이 된다. 이러한 산업이 흔들리면 외국 기업 의존도가 커지고, 이는 수출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주요 국가들은 기간산업을 전략적으로 보호한다.

미국의 US스틸 사례가 대표적이다. 일본제철이 인수하려 하자 미 정치권은 안보 위협이라며 강하게 반대했고, 결국 일본제철은 미 정부에 특권 주식을 발행하는 조건까지 제시했다. 이처럼 기간산업의 외국 매각은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안보 문제로 인식된다. 그러나 한국은 자국 기간산업 보호 노력이 현저히 부족하다. 고려아연 경영권을 두고 벌어진 사모펀드 MBK의 인수 시도가 대표 사례다. 고려아연은 안티모니 등 전략광물을 생산하며 첨단 제조업과 방위산업에 핵심 역할을 한다. 고려아연에 대한 사모펀드의 인수 시도는 해외 매각과 쪼개기 매각, 기술 유출에 대한 사회적 우려를 극도로 확산시켰다. 특히 이런 기업이 추후 외국 자본에 넘어가면 기술 유출과 산업기반 약화는 물론 철강과 조선, 자동차 등 전후방 산업을 포함한 대한민국 제조업 전반과 첨단 방위산업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MBK는 이번 홈플러스 사태처럼 인수 후 기업을 재정위기에 몰아넣고 약속을 지키지 않는가 하면 기업경쟁력을 크게 악화시킨 사례가 다수 존재한다. 홈플러스에 1조원을 투자하겠다, 고용유지에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공염불이 됐다. “고려아연의 해외 매각은 없다”는 말도 신뢰하기 어렵다. 중국 등 경쟁기업들이 가장 탐내는 것이 바로 고려아연의 기술과 소재이기 때문이다. 최근 고려아연은 미국의 희귀금속 채광 기업 TMC에 투자하며 글로벌 공급망에 기여하고 있다. 안티모니는 미국도 전략적으로 관리하는 핵심광물로, 중국의 대표적인 수출규제 품목이기도 하다. 이런 전략광물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고, 최근엔 미국 수출을 시작하며 한·미 간 경제안보 공급망에서도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려아연은 단순한 기업이 아니라 국가 전략적인 측면에서 중요하다.

일각에서는 고려아연의 경영권이 사모펀드로 넘어간다면 일부 사업이 분리 매각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안티모니를 비롯해 모든 기술이 국가 핵심기술로 지정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홈플러스에 대한 기업회생절차(워크아웃) 신청 사태로 MBK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면서 MBK의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 사태가 잠잠한 듯 보이지만 분쟁은 끝나지 않았다. 고려아연에 대한 MBK의 공세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고려아연 같은 국가 전략기업에 대해 정부와 정치권은 단순한 기업의 문제로 치부하지 말고 기간산업 보호라는 국가적 관점에서 적극 대응해야 한다. 이런 전략기업이 망가지고 해외 자본 등에 팔려나가는 것은 결국 국가경쟁력을 훼손시킨다.

박남규 경영학과 서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