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거리 가득한 대구 달성군 가창면… 거친 절벽 옆 에메랄드빛 호수 ‘한국의 캐나다’

입력 2025-07-10 02:17
대구 달성군 가창 폐채석장의 에메랄드빛 물웅덩이가 거대한 절벽과 어우러져 이국적 풍경을 선보이고 있다. 캐나다 로키산맥의 호수를 닮았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한국의 캐나다’라는 별칭으로 불리고 있다.

대구 달성군 동부에 가창면이 있다. 달성군에서 면적이 가장 넓고 산지가 많은 면으로, 대구 수성구 파동에서 남쪽 경북 청도군으로 내려가는 길목에 있다. 가창면과 청도군 이서면 사이 고개는 팔조령(八助嶺)이다. 도적들이 들끓어 넘으려면 ‘여덟(八) 사람 이상이 서로 도와야(助) 하는 고개(嶺)’라 해서 이름을 얻었다. 또 한양에서 부산까지 내려가는 영남대로 중 여덟 번째 고개여서 팔조령이라 부르게 됐다는 설도 있다. 가창과 이서를 오가는 여섯 고개 중에서 가장 낮았다. 1592년 임진왜란 때 일본군도 팔조령을 넘어 침입했다. 2000년 터널이 개통되기 전까지 굽이굽이 911호 지방도로가 자동차의 유일한 길이였다.

팔조령 아래 가창면 삼산리에 요즘 발길이 부쩍 늘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가창 폐채석장’ 덕분이다. 한때 깊숙한 산속 채석장이었던 이곳은 10년 전 문을 닫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바위로 둘러싸인 절벽 어디선가 물줄기가 새어들면서 큰 물웅덩이가 형성됐다. 거칠게 깎였던 절벽은 나무와 덩굴로 뒤덮였고, 채석 흔적이 남은 곳엔 에메랄드빛 호수가 들어서 이국적 풍경을 펼쳐놓고 있다. 마치 캐나다 로키산맥 속 어느 호수를 닮았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SNS에선 ‘한국의 캐나다’라는 별명을 얻었다.

호수 주변 안전을 위해 설치한 철조망 앞에 이르면 수심 29m의 호수가 눈 앞에 펼쳐진다. 칼로 자른 듯 높이 40m 안팎의 수직으로 치솟은 거대한 절벽이 청록빛 물 위로 그림자를 드리운 모습이 환상적이다. 물빛은 금속성 광물과 햇빛의 상호작용으로 빚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황철석, 마그네슘, 구리 등이 물에 용해되면서 빛을 굴절·산란시켜 옥색에서 에메랄드빛으로 이어지는 비현실적 풍경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바위 표면은 자줏빛, 회색, 담황색으로 얼룩져 있다. 거대한 화폭 위에 붓칠한 듯하다. 계단식으로 연결된 절벽 단면은 자연이 만든 원형극장을 연상케 한다. 공중에서 내려다보면 산속에 숨어 있는 ‘비밀 호수’ 같다.

사유지인 이곳은 아직 정식 관광지로 등록되지 않은 비공식 명소다. 넓은 주차 공간과 철조망·‘출입주의’ 등 안내 표지판 외에 별도의 안전관리 인력은 없다. 채석장 사업자에게 원상복구 명령이 내려져 세월이 만들어낸 명소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달성군이 이곳을 사들여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임진왜란 때 귀화한 일본 장수 김충선을 기리는 녹동서원.

채석장에서 가까운 우록리(友鹿里)에 녹동서원(鹿洞書院)이 있다. 임진왜란 당시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의 우선봉장(右先鋒將)으로 참전했으나 명분 없는 전쟁에 반대하며 부하 3000명과 함께 귀화한 일본 장수 모하당(慕夏堂) 김충선(金忠善·일본명 사야가)을 기리고 있는 서원이다. 그는 조총 제작 기술과 사용법을 전수하고 삼란(왜란·호란·이괄의 난)에 공을 세워 이름을 하사받고 벼슬도 받은 인물이다. ‘바다를 건너온 모래를 걸러 금을 얻었다’는 뜻을 살려 성은 김, 본관은 김해, 이름은 충선이라 했다.

조정으로부터 벼슬과 논밭을 하사받았으나 마다하고 우록리에 내려와 1642년 7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우록리는 원래 ‘우미산 아래 소 굴레 모양의 마을’이란 뜻으로 ‘우륵동’이라 불리다 김충선 장군이 ‘사슴과 벗하는 마을’이란 뜻의 우록동이라 고쳤다고 한다. 현재 50가구 남짓의 후손들이 모여 살고 있다.

녹동서원은 1789년 지역 유림이 유교적 문물과 예의를 중시했던 김충선의 뜻을 기려 건립했다. 이후 1868년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에 따라 철거됐다가 1914년 다시 지어졌고, 1971년 원래 장소에서 100m가량 떨어진 현재 위치로 옮겨 세워졌다. 그 옆에는 한일우호관이 들어서 있다.

행정리 은행나무가 우뚝한 한천서원.

가창면의 서원으로는 행정1리에 한천서원(寒泉書院)도 있다. 한천은 신천 상류의 차고 맑은 물을 지칭하는 이름으로 냉천(冷泉)이라고도 한다. 서원 외삼문 앞에 수령 500년이라고도 하고 800년이라고도 하는 은행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높이 30m, 둘레 6.8m인 이 은행나무로 인해 동네 이름이 행정리(杏亭里)가 됐다고 한다.

냉천리 가창제일교회 뒤편 지석묘군.

냉천리 가창제일교회 뒤편에 지석묘군이 있다. 기원전 1000~300년 청동기시대 후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 가름돌을 괸 바둑판식과 덮개돌만 있는 개석식이다. 5기는 소공원 안에 있고 나머지 3기는 개인 소유지에 있다.


여행메모
용계마을 입구 만두도 파는 찐방거리
가창댐~헐티재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

대구 수성구 파동에서 30번 국도를 타고 청도 방향으로 가면 된다. 가창면행정복지센터에서 10㎞가량 남쪽 팔조령 터널 앞 삼거리에서 좌회전해 들어가면 팔조령 옛길이다. 팔조령길은 총 4859m다. 삼거리 직전 우회전해 범룡사를 지나 포장길과 비포장길을 100m쯤 가면 ‘가창 채석장’이다. 물 가장자리에 설치된 철조망을 넘으면 위험하다.

가창면 용계마을 입구 양쪽으로 찐빵 거리가 있다. 2000년 문을 연 집을 선두로 9곳이 더 생겼다. 왕만두와 김치만두, 고기만두도 있다. 모든 가게가 찐빵과 만두를 팔지만 맛이 미묘하게 다르다고 한다.

스릴이 있는 에코 테마파크 힐크레스트와 워터파크 스파밸리도 있다. 힐크레스트에는 허브 정원, 메타세쿼이아 길, 영남권에서 유일한 녹차 밭, 높은 나무 위에서 즐기는 에코어드벤처 등을 보고 즐길 수 있다. 스파밸리는 크게 워터파크 스파밸리와 네이처파크로 나뉜다.

대구 수성구와 가창면에 용수를 공급하는 가창댐.

가창댐에서 헐티재로 이어지는 드라이브 코스는 가로수 터널이 만들어내는 풍경이 아름답다.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타도, 차량을 이용해도 즐겁다. 그 길에 대구지역 주요 상수원 중 하나인 가창댐이 있다. 가창댐에서 정수된 물은 수성구 일부 지역과 달성군 가창면 전역에 공급된다. 나들이객을 위해 전망대와 산책길이 마련돼 있다.

달성=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