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사내 업무에 도입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 반복되거나 단순한 업무에 AI를 활용하는 단계를 넘어 직원들이 개별 업무에 필요한 AI 툴을 직접 개발할 수 있게 하는 등 AI를 기반으로 한 근무 환경 구축이 가속화되는 추세다.
GS칼텍스는 8일 사내 생성형 AI 통합 플랫폼 ‘AIU’를 오픈했다고 밝혔다. 내부 정보 유출 위험이 있는 외부 생성형 AI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아도 실제 업무에 다양한 AI 도구를 활용할 수 있도록 자체 개발 플랫폼을 마련한 것이다. GS그룹은 최근 ‘미소(MISO)’라는 이름의 독자적인 생성형 AI 플랫폼을 도입했는데, AIU는 ‘미소’를 기반으로 GS칼텍스가 필요한 기능을 추가한 사내 플랫폼이다.
AIU는 임직원들이 생성형 AI 기술과 회사 내부 데이터를 결합해 비교적 쉽게 AI 에이전트(AI 비서)를 만들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디지털 기술에 전문성이 없어도 ‘앱 만들기’ 메뉴에서 최소한의 코딩으로 AI 에이전트를 개발할 수 있다. 이미 만들어 놓은 AI 에이전트 템플릿을 활용하거나 다른 직원이 공유한 앱을 자신의 업무에 맞게 수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안Gen봇’(안전 규정 챗봇)은 회사 내부의 안전 관련 절차서를 기반으로 안전 규정에 대한 질문에 신속하고 정확한 답변을 제공하고 현장 사진을 올리면 이를 분석해 잠재적 위험 요소를 식별한다. 기존에 20~30분 소요되던 답변 시간을 5분 이내로 줄였다. GS칼텍스 관계자는 “(AIU 도입으로) 외부 정보지를 바탕으로 요약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사내 업무 절차를 질의응답 형식으로 확인하고, 고객 문의에 대응하는 업무 등에서 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사내 AI 도입은 기업의 업무 환경 전반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기존에는 IT기업을 중심으로 AI 적용이 확산됐다면 이제는 서비스업과 제조업 등으로 영역이 넓어지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2023년 말부터 자체 생성형 AI 모델 ‘가우스’를 개발해 메일, 문서요약, 번역 등의 단순 업무처리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여러가지 데이터 유형을 동시 처리할 수 있는 후속 모델 ‘가우스2’도 선보였다. LG전자도 LG AI연구원에서만든 초거대 언어모델(LLM) ‘엑사원’을 다양한 조직과 직무에 순차적으로 도입해 업무 효율을 높일 예정이다. 연구·개발, 마케팅, 판매 데이터 등 방대한 내부 자료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검색해 활용할 수 있는 엑사원 기반 체계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2차전지 관련 제조기업인 엘엔에프는 지난달 25일 자체개발한 업무지원 AI챗봇 ‘루시드’를 전사적으로 도입하며 디지털 혁신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직원들이 핵심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사무 업무나 서비스 분야에서 사내 AI를 도입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관련 수요는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