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력 대출 규제에 입주물량 감소… 가을 전세대란 우려

입력 2025-07-08 18:44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부동산시장에서 가을 이사철 전세 대란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6.27 대출 규제로 집값 상승 ‘불장’에 찬물을 끼얹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반사효과로 전세 물량이 줄면서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 환경이 조성되고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전세의 월세화’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한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8일 기준 서울의 전세 물량은 2만4819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1월 1일 기준 전세 매물이 3만1814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2.0% 줄었다. 1년 전인 지난해 7월 9일(2만7518건)과 비교해도 약 3000건 적다.


전세 물량은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이를 더 부채질하는 요인이 등장했다. 핵심 요인은 ①주택담보대출(주담대) 시 6개월 내 실입주 의무 부과, ②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 금지·주담대 6억원 제한 등 대출 감소, ③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의 감소 등 세 가지로 요약된다.

전문가들은 ‘주담대 시 6개월 내 실입주’ 의무 부과로 대출 문턱이 높아진 탓에 전세 물량이 줄어들고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이 금지되면서 ‘대출 없는 전세입자’ 구하기가 어려운 집주인들이 실입주를 고려할 수 있어서다. 대출이 6억원으로 제한되면서 매매 대신 전세로 방향을 트는 경우가 늘어난다면 전세 수요는 더 증가하게 된다.

최근 입주를 시작한 서울 서초구의 메이플자이는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이 막히면서 전세가가 일시적으로 떨어졌지만, 최근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서초구 반포동의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127㎡(38평) 기준 전세가가 규제 전에는 21억원대였다가 지난주엔 18억원까지 떨어졌다”면서도 “일주일 새 가격이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어제는 18억원에 전세를 내놨던 집주인이 5000만원을 올려서 거래했다. 가을부턴 전세 매물이 없어서 가격이 다시 올라갈 것”이라고 귀띔했다.

전세 품귀 현상은 수도권 입주 물량 감소로 해소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수도권 입주 물량이 올해 14만가구에서 내년 10만가구로 급감할 것으로 전망했다. 착공 실적이 최근 5년간 계속 줄어든 탓이다. 전세수급지수도 올 초부터 지난달까지 오름세를 그리고 있다.

정부는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전세대출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포함하는 방안도 고려하는 분위기다. 다만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적잖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전세대출까지 규제하더라도 전세 수요가 줄어들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요 대비 입주 물량은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전세, 월세 모두 우상향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금리 인하로 인한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하면서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전세 사기 피해자가 3만명이나 되는 등 전세 제도가 아주 안전한 제도라 볼 수는 없다”면서도 “전세의 월세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면 가계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