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호관세 25% 서한… 톱다운 담판 총력

입력 2025-07-08 18:59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7일(현지시간) 브리핑 도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낸 관세 서한을 들어 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1일을 상호관세 부과 시점으로 명시한 서한을 공개하면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을 위한 3주간의 골든타임이 시작됐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을 필두로 범정부적 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대통령실은 한·미 정상회담을 통한 ‘톱다운’ 담판을 지으려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이재명 대통령을 수신자로 적은 공개서한을 통해 다음 달 1일부터 모든 한국산 제품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통보했다. 트럼프는 트루스소셜에 공개한 서한에서 “8월 1일부터 우리는 미국으로 보낸 모든 한국산 제품에 단지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며 이 관세는 모든 품목별 관세와 별도”라고 밝혔다. 관세율 25%는 트럼프가 지난 4월 2일 한국에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상호관세 25%와 같은 수치다. 트럼프는 한국이 보복관세를 부과할 경우 그만큼 추가로 관세를 올리겠다고 밝혔다. 또 “당신이 지금까지 미국에 닫혀 있던 무역 시장을 개방하고 당신의 관세와 비관세(장벽), 정책과 무역 장벽을 없애기를 원한다면 우리는 어쩌면 이 서한의 조정을 고려하겠다”며 추가 협상 여지도 열어뒀다.

정부는 하루 앞으로 다가왔던 관세 협상 시한이 사실상 연기된 것에 안도하면서도 즉각적인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오후 대통령실과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와 외교부 등 관계 부처와 대책회의를 열고 “당장 관세율이 인상되는 상황은 피했고, 7월 말까지 대응 시간을 확보한 만큼 국익을 최우선으로 미국과의 협상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강유정 대변인도 “새 정부 출범 이후 시간이 굉장히 촉박했던 것에 미루어 관세가 인상되는 최악의 상황을 면한 것으로 본다”며 “지금 확보된 협상의 시간만큼 위 실장도 가서 고위급 회담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금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기를 바라고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달 중 한·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 왔다. 관세 협상이 방위비 문제와 대미 투자 확대 등 다수의 안보·무역 이슈와 연결돼 있어 결국 정상 간 담판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위 실장은 이날 미국 워싱턴DC에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협의를 하고 “조속한 시일 내 한·미 정상회담 개최를 통해 제반 현안에서 상호 호혜적인 결과를 진전시켜 나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다만 미국이 돌연 관세 협상 시한을 연기하고, 미측이 관세 협상과 정상회담 논의를 연계하려는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다음달 이후로 정상회담이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민관 합동 긴급 점검회의’를 열고 자동차·철강 등 미 관세 부과 업종별 영향을 파악했다. 통상 당국은 한·미 제조업 협력 비전을 주요 카드로 미국의 품목·상호관세 완화를 끌어낸다는 방침이다.

최승욱 기자,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세종=양민철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