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관세 충격과 경기 침체 등 여파로 자동차, 철강, 정유 업계에서도 올해 2분기 저조한 실적 발표가 예고돼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의 2분기 ‘어닝쇼크’(실적 충격)가 남의 얘기가 아닌 상황이다. 수출을 견인하는 국내 산업계 전반에 실적 악화의 그림자가 드리우면서 전체 경기에도 빨간불이 켜지는 모양새다.
자동차와 철강은 미국 관세 정책의 직격탄을 맞는 산업군으로 분류된다. 8일 KB증권에 따르면 현대차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은 3조571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6.5%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기아 역시 2분기 영업이익이 3조64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5.9%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와 기아 모두 2분기 매출은 각각 47조6540억원, 28조5110억원으로 전년보다 5.8%, 3.4% 늘 것으로 전망되지만 관세 비용 증가로 영업이익은 쪼그라드는 흐름이 예상된다. 관세에 따른 비용은 늘었지만 미국 내 차량 판매가격을 동결하다 보니 이익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현대차와 기아가 각각 부담한 미국 관세만 8051억원, 4674억원에 이를 것으로 KB증권은 분석했다.
자동차(25%)의 2배나 되는 50% 관세를 적용받는 철강업계 업황은 더욱 암담하다. 미래에셋증권은 포스코홀딩스와 현대제철의 2분기 영업이익이 각각 6422억원, 917억원으로 1년 전보다 각각 14.6%, 6.4%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제철을 비롯해 철강업계에서는 최근 여름철 대보수 등을 이유로 잇달아 생산시설 가동 중단을 결정하며 적극적 감산에 나서고 있다.
정유업계 역시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확대와 유가 하락 여파로 2분기 실적 전망이 어둡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화학 부문에서 2분기 289억원 영업손실을, 에쓰오일도 2분기에만 820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증권업계는 추산한다. 다만 최근의 정제마진 강세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예외 품목인 항공유 등의 대미 수출이 증가하면서 하반기에는 실적이 개선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한국산업연합포럼 주최 ‘하반기 산업경제 진단 및 대응 방향’ 포럼에서 미국의 관세 정책 영향으로 올 하반기 수출은 자동차(-7.1%) 자동차부품(-6.5%) 철강(-7.2%) 일반기계(-3.8%) 등 품목에서 골고루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